HP·에이서·소니 등 주요 PC업체가 내달 1일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PC에 특정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동참키로 했다고 9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브라이언 창 진후이(Jinhui)컴퓨터시스템엔지니어링 CEO는 “포르노사이트를 포함한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PC에 장착한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HP·에이서·레노버·소니·도시바가 참여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진후이컴퓨터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소프트웨어 ‘그린 댐-유스 에스코트’를 개발한 업체다. 브라이언 창 CEO는 “중국 정부가 PC구입 후 1년 동안 프로그램 이용료를 대신 납부하며, 이후부터는 사용자가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P·레노버 등 업체는 논평을 거부했다. PC업체 2위인 델은 성명을 통해 “나머지 업계와 관련 무역협회들과 함께 중국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주요 PC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한 반발도 터져 나왔다. 에드 블랙 컴퓨터커뮤니케이션산업협회(CCIA) 회장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이같은 조치는 중국 시민의 인터넷 접근권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공범으로 만들고 일정 수준의 검열에 동참시키려는 시도와 같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인터넷에 대한 접근권과 자유를 제한하는 시도가 확실히 강해지고 있다”며 “이는 문화적·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경제와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소사이어티 홍콩지부 회장 찰스 목은 “이 소프트웨어의 목적은 프로노사이트 접근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프로그램 코드 안에 무엇이 심어져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며 “개인정보수집이나 다른 웹사이트를 거르는데도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이같은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지 6월9일자 2면 참조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일부 블로그 접근을 막은데 이어, 지난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Bing)을 포함한 몇몇 사이트를 차단했다. 천안문 사태 20주년을 기해 트위터와 핫메일도 차단했다가 8일 이를 해제했다. 지난 2월에는 허가받지 않은 웹사이트 1만개를 폐쇄하기도 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