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녹색성장전략과 교통약자 자율이동권

[ET단상] 녹색성장전략과 교통약자 자율이동권

 우리나라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하고 안전하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2005년 1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저상버스 등 특별교통수단 지원에 치우쳐 안전한 보행권 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213만여명, 노인인구가 500만명으로 교통약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즉 정부의 교통약자 자율이동권확보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통약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중 하나인 지하철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하철역 입구 계단 앞에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하나 블록이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역사 내 점자블록 양 옆으로 90㎝ 간격을 두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개표 직전에 멈출 것을 지시하는 점자블록이 없어 장애인이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노인과 임산부도 보행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보도 진입 턱에 설치한 볼라드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과 임산부가 턱에 걸려 넘어지는 등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 정부는 도시 전체나 건축물 등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 하반기부터 배리어프리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 또한 건축물과 보도상 시설물에 한정돼 근본적인 교통약자자율이동권 확보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된다.

 배리어프리시스템은 ‘장벽 없는’ 또는 ‘장애물이 없는’이란 뜻으로 건축 분야에서는 ‘장애인과 노인, 외국인 등도 이용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개념은 처음에는 장애인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심리적·사회적인 장애를 제거하자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의 주거와 이동환경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는 설계하는 기준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어디서든,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하기 쉬운’이라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배리어프리시스템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시스템을 도로와 건축물 등에만 한정해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또는 PDA를 이용해 보행정보와 각종 편의시설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첨단 IT를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2004년부터 공공교통기관이나 주요 역 주변 등의 보행공간, 병원, 관광지 등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건축물에 관한 배리어프리정책을 총점검하고 ‘교통배리어프리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고령자, 신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임산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현재 5000억엔(약 6조원)의 예산을 사용해 융합 IT를 접목한 배리어프리 생활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휴대폰, PDA, 초소형노트북 등의 블루투스와 GPS통신기술을 이용해 교통약자에게 음성정보, 시각정보, 문자정보 등을 제공, 자율이동권개선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한 벤처기업이 배리어프리시스템을 개발해 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휴대폰 및 컴퓨터 보급률이 높고 세계 최고인 IT 인프라를 이용한다면 더욱 용이하게 교통약자에게 자율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근거로 교통약자 700만명의 자율이동권 개선을 위해 녹색성장전략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남용 숭실대학교 IT정책경영학과 교수 nylee@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