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박정식 아이덴티티게임즈 개발총괄이사

[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박정식 아이덴티티게임즈 개발총괄이사

 “국산 게임의 그래픽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절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박정식 아이덴티티게임즈 개발총괄이사(36)는 국산 게임의 수준을 세계 주류 게임시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게임 그래픽계의 명장이다.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용으로 출시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킹덤언더파이어 크루세이더’의 캐릭터 디자인과 전체 아트작업을 총괄한 주역이다. 이 게임은 비디오게임으로는 전무후무하게 200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거머줬고 게임의 본고장인 북미와 유럽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박 이사는 지난 97년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 2년 만에 대학을 뛰쳐나와 게임업계를 두드렸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태동기였다”며 “일본이나 미국의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국산 게임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을 보고, ‘우리도 세계 수준의 그래픽을 만들 수 있다’고 다짐하며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열정과 패기로 처음 그림소프트에 입사해 PC 패키지게임 ‘소울 슬레이어즈’ 개발에 참여한 뒤, 1998년 판타그램에서 PC용 패키지게임 ‘킹덤언더파이어’의 아트디렉터를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박 이사는 2004년부터 프리랜서로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X박스360용 타이틀 ‘N3’와 웹젠의 대작 온라인게임 ‘헉슬리’의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등 비디오게임과 온라인게임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쳤다.

 이후 박 이사는 프리랜서 생활을 접었다. 그는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나태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마음 맞는 지인들과 2007년에 탄생시킨 회사가 바로 아이덴티티게임즈다. 전사들의 모험을 그린 처녀작 ‘드래곤네스트’는 이미 콘솔게임 수준의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으로 2009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뛰어난 액션감을 잘 살릴 수 있는 FPS게임 방식의 액션게임을 기획해왔다”며 “화려하고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면서도 PC 사양을 고려하며 유저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고 대중성도 강조했다.

 박 이사는 이제 개발조직을 총괄하는 만큼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조직원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그는 “게임 개발에 있어 개인별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협업이 더 중요합니다. 그 주체는 언제나 사람입니다. 언제든 자신의 능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제공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