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참조표준 없으면 기술혁신도 없다

[ET단상] 참조표준 없으면 기술혁신도 없다

 자전거점포 주인이었던 라이트 형제가 1903년 당시 몽상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동력비행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것은 수백번의 실험을 통해 공기가 비행기 날개를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힘(양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이 정확성과 신뢰도가 확인돼 모든 분야에서 널리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표준데이터를 ‘참조표준’이라 한다. 예를 들면, 한국인 인체치수 참조표준은 약 2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키, 가슴둘레, 몸무게 등 300여개 치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확성과 신뢰도를 검증해 만들어진 것으로 의류, 신발, 가구 그리고 자동차 등 인체치수를 필요로 하는 산업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자국의 핵심산업 육성에 필요한 참조표준 개발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국립기술표준원(NIST)과 우주항공국(NASA)이 개발한 물질의 빛 흡수에 관한 참조표준은 현재까지 전 세계 우주항공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국이 투자하고 노력해 확보한 참조표준을 기술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해외로의 유출을 제한하고 그 외의 참조표준도 고가의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참조표준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한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분야에서 많은 자원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실제 산업에서 활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데이터를 참조표준으로 개발해 보급하면 우리 기술체계를 확립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기업은 해외 데이터 확보에 지급하는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표준은 과학기술뿐 아니라 의료분야에도 응용돼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예를 들면 심장에서 머리로 피를 보내는 목 부위 혈관인 경동맥 두께의 참조표준은 심장마비나 뇌경색 등과 같은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심뇌질환 진단에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다소 늦었지만 2006년부터 성별·연령별로 한국인의 경동맥 혈관벽 두께의 참조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분야 참조표준을 활용하게 되면 관련 질환을 조기진단하고 오진을 예방할 수 있게 돼 보건의료 분야의 사회 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

 지식경제부는 참조표준 개발에 국가출연 연구기관과 기업연구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현재 12개의 국가참조표준 데이터센터를 지정했으며 철강, 반도체소재, 에너지, 석유화학 등 핵심산업뿐만 아니라 의료, 천문, 건축, 인체치수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참조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20개 데이터센터가 지정돼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50개의 참조표준 DB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 같은 참조표준의 개발과 보급을 위한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이 국가 기술인프라 구축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기술자립을 촉진시켜 성장 동력산업 창출을 위한 기술혁신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 송재빈 jbsong@ka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