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틈탄 미 정보기술(IT) 업계의 인수합병(M&A) 열풍이 가열되는 가운데 델이 이같은 트렌드에 합류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클 델 델 CEO가 최근 “수 개월 내 꽤 규모가 큰(significant-sized) 회사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며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라이언 글래든 최고재무담당(CFO)도 데이터 스토리지와 IT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사전 준비 작업도 가시화했다.
델은 10일(현지시각) 10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현재 델의 현금 보유액은 90억 달러이며 지난 해부터 총 3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또 IBM 출신 M&A 전문가인 데이비드 존슨을 영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업 인수에 인색했던 델의 IT 업체 인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수 협상 대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미 IT 업계에서는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에 이어 지난주 인텔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윈드리버를 인수했으며 스토리지 업계에서도 EMC와 넷앱이 데이터도메인을 놓고 인수전을 벌이는 등 M&A 열기가 뜨거워졌다.
전문가들은 델이 HP나 IBM과 경쟁하기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조언을 해왔다.
델은 지난 2006년 HP에 1위를 내준 뒤 지속적으로 매출이 하락해 지난 4월말 마감된 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익이 63%나 추락했다.
하지만 델의 인수 의욕에 대해 M&A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며 회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샌포드 C.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이후 델이 10개 기업을 인수하는데 그친 반면 IBM과 HP는 각각 75개, 42개 기업을 사들였다. 더욱이 델이 인수한 업체 중 ‘성공적인 합병’이라는 평가를 얻은 기업은 지난 2007년 14억달러를 주고 매입한 스토리지 업체 ‘이퀄로직’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제이슨 놀랜드 로버트W.베어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수 합병 경험이 적은 델은 대형 업체가 아닌 중간 규모 기업을 인수해야만 이퀄로직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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