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반도체 성장동력 사업, 새출발과 희망 사항

[ET단상]반도체 성장동력 사업, 새출발과 희망 사항

 지난 5월 29, 30일 차세대 반도체 성장동력 사업단이 주최하는 워크숍이 안면도에서 있었다. 2004년부터 5년간 추진해 왔던 반도체 성장동력 연구개발 사업을 마감하고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성장동력사업인만큼 추진 주체도 산학연이 고루 분포돼 있었다.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기술 추세 모두를 감안한 성장동력 사업단의 기획력, 상당한 성과를 내놓은 여러 추진기관의 수고가 돋보인 행사였다. 행사를 이끌어오고 추진한 사업주체에 감사 드린다.

 그동안 반도체 성장동력 사업은 사업단을 중심으로 해서 기획·수행관리·평가 과정이 비교적 일관성 있게 추진돼 왔다. 이제부터는 신설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맡는다고 한다. 당장은 남아 있는 사업의 관리·평가부터 시작하겠지만 향후에는 기획단계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 기관은 신설된데다 서서히 업무를 정립해 나가는 중이다. 그동안 정부기관에서 연구개발 과제를 기획 관리하고 기업에서 실제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내 시각에서 희망 사항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과제기획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 선정·성과 평가에서 전문성을 더욱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정부 자금으로 시행되는 사업인만큼 개발과제 및 추진기관 선정에 공정성 및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심사, 평가위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과제 선정 심사·성과 평가를 담당하는 민간 전문가 풀을 넓히고 전문 분야를 더 세분화하며 심사 위원 선정절차를 더 세밀하게 관리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평가 절차·내용에서 피평가자의 피드백도 적극 활용, 전문성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이런 성격의 신성장동력 사업에 적절한 과제 평가 지표도 더 혁신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존 특허출원 건수, 기술 이전 건수 및 기술료뿐 아니라 벤처 창업, 참여기업의 매칭 펀드, 기술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와해성 기술지표들, QCD(Quality, Cost, Delivery)의 향상도 및 파급효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기술료는 사업화 실적에 따른 정률 지급과 초기 정액 지급의 비율에 유연성을 둬 기업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과제 기획 때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경쟁력을 쌓아가야 할 시스템 반도체, 특히 아날로그 제품 분야에도 중점을 두어 추진되어야 한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세계 시장 규모가 메모리와 거의 맞먹는 규모다. 전체 반도체 시장 대비 20% 수준이나 된다. 대규모 장치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정밀한 공정 및 소자기술력, 제품 설계 기술력을 요구되는 지식 집약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도 적합한 분야다.

 이 분야에 국내 업계가 이제 막 태동단계에 있다. 제대로 추진된다면 정부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기 에너지를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전략에도 잘 맞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성공적으로 추진돼온 정부의 반도체 성장동력 사업이 새로운 체제에서 결실을 얻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돼 우리나라 IT 산업의 핵심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윤종 동부하이텍반도체 상무 yoonjong.lee@dongb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