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방송 전환, 소외계층 없어야

 미국이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송 시대를 열었다. 지난 12일 자정(현지시각)을 기점으로 미국 내 1700여개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신호를 미 전역으로 송출했다. 이로써 미국 시청자들은 이제 뛰어난 음질 및 화질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미국 내 모든 가정에서 당장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가정이 디지털 방송 수신 준비를 완료했지만 아직 장비를 갖추지 못한 가정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닐슨이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TV를 보유한 미국 내 1억1400만가구 중 약 2.5%에 해당하는 280만가구가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대부분 흑인 또는 히스패닉 가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당초 지난 2월 17일부터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할 방침이었으나 미 의회가 준비 미비를 이유로 전환 일정을 4개월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에따라 12일을 디지털 전환 ‘D데이’로 잡았었다.

 이젠 우리 차례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2년 지상파 디지털 방송 전환을 앞두고 있다. 5년이 넘게 준비를 했어도 매끄럽지 못한 미국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전환 과정은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1997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하면서 출발선에 섰지만 미국식과 유럽식 전송방식을 놓고 2004년까지 지리한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엔 분담금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갈등을 빚은 일도 있었다. 길어야 3년 남았다. 방통위는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디지털 홍보대사로 위촉, 대국민 인식 확산에 나선다.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디지털 방송 전환 과정에서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