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는 사이버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한층 강화된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러시아 등에서 올들어 대규모 사이버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국제 사이버 테러 조직과 연계한 해킹이 사전 적발됐다.
곳곳에서 사이버 범죄 경고음이 울리면서 그동안 ‘음지에서’ 활동해온 대 사이버테러 조직이 공개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러 자금 조성까지=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이버 범죄가 조직적인 범죄 집단에 의해 자행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과 이탈리아 사법 당국은 아프가니스탄·이집트 등 세계 곳곳을 경유하는 전화 시스템을 해킹한 범죄 조직을 검거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알 카에다와 연루돼 해킹을 통해 얻은 부당 이익을 테러 자금으로 쓸 예정이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이레즈 리베르만 변호사는 “용의자들은 이탈리아와 필리핀 등을 연계한 조직적인 범죄망을 구성했다”며 “특히 해킹이 테러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밀 결사조직, 음지에서 양지로=사이버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19개국 270여명의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이 사이버 범죄에 대항하는 활동을 위해 조직된 메시징 업계의 협력단체인 ‘메시징안티어뷰즈워킹그룹(MAAWG)’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통상 MAAWG는 범죄 조직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비밀회의 원칙을 지켰으나 범죄가 진화하면서 ‘공개전쟁’을 선포, 외부인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 그룹의 제리 업튼 사무국장은 “우리의 활동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이들이 정치권에 도움을 호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MAAWG는 대기업들이 스팸 감시를 위해 고작 5∼10명만을 고용하며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도 허술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U, ‘솜방망이론 안돼’=EU 집행위원회도 인터넷 범죄에 대한 형량을 현재 징역 1∼3년에서 징역 5년 이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AAWG에 참석한 라도미르 잔스키 EU 집행위 사이버범죄 담당 고위 관리는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고 있지만 처벌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어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프랑스 등이 사이버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EU는 27개 회원국의 사법절차를 통일한다는 방침이다. EU는 회원국끼리 사이버 공격 사실을 신속히 알릴 수 있는 범유럽 보고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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