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분쟁, 기업이 멍든다] 무엇이 문제인가

 파이낸셜네트워크서비스(FNS)와 티맥스의 분쟁에서 서울고등법원이 티맥스에 명한 손해배상액은 1억100만원. 2004년 시작해 5년이나 지속된 분쟁치곤 적은 액수다. 5년 동안 이들이 투입한 인력과 시간을 모두 환산한다면 손해배상액의 수십배에 달할 것이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싸움이지만, 이 결론만 놓고 보면 이들의 분쟁은 그 누구도 승리한 싸움이 아니다.

 첫째는 지나치게 장기화한 분쟁이 문제다. 둘째는 이러한 현실을 내다보지 못한 기업의 관리 능력이다.

 분쟁이 장기화하는 데엔 애매하고 복잡한 제도가 한몫을 한다. 지식재산권과 같은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소송을 일반법원이 맡다 보니 소송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소송비용과 장시간 분쟁은 기업들에 상처만 남긴다.

 특허는 더욱 심각하다. 특허침해소송과 심결취소소송의 관할이 이원화돼 있다. 서로 엇갈린 판결이 날 수도 있다.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지식재산에 관한 법원 판결이 신속하고 일관되게 나올 수 있도록 별도의 법원을 설립했다.

 기업의 관리 능력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6년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된 분쟁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자사의 기술자를 영입해 같은 제품을 개발한 것이 영업비밀 유출에 해당한다며 시작한 분쟁이 결국은 공개 소프트웨어(SW) 소스코드 복제로 드러났다.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향한 인식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관리할 만한 능력이 있는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자신이 보유한 지식재산이 어떻게 유출되는지의 관리는 물론이고 경영자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침해가 벌어지는 일이 없는지는 더욱 관리가 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발자들이나 직원들까지 포괄하는 법무시스템을 갖고 있거나 관리체계를 갖춘 기업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기껏해야 저작권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불법복제한 SW를 사용하지 않고 정식으로 구매한 라이선스 관리에 그치는 정도다.

 기업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분쟁을 두고 사법당국도 좌충우돌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과 경찰이 총출동해 1년여 동안 기업들을 수사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난 ‘스티마 사건’이 이를 말해준다.

 책임 소재와 침해 여부 증명, 손해 배상 산정이 명확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오는 7월 2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저작권법은 기업의 종업원이 침해행위를 한 때에 법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법인의 책임은 면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상당한 주의’라는 표현이 애매모호할 뿐 아니라, 침해가 명백한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희생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그 애매함으로 인해 자칫 악용될 여지가 있다. 김지욱 한국SW저작권협회 부회장은 “저작권법 개정에 따른 변화에 많은 기업이 파악을 못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