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바이오 연구의 결실을 얻게 해주는 IT

[ET단상] 바이오 연구의 결실을 얻게 해주는 IT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이 위기에 처해 있다.

 업계의 생산성 하락은 10여년 전 생리학 기반 접근법을 대체해 나타난 표적기반 신약개발의 출현시점과 일치한다. 가설을 바탕으로 표적을 정하고 그에 따른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출시된 신약 수와 신약표적 수는 매년 감소하는 반면에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은 치솟아 신약 하나당 10억달러를 능가하고 있다. 10년간 지속된 신약 개발 감소와 신약 개발 비용 증가에는 인간 게놈 서열 판독과 치료제 개발 속도 및 효능 개선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더해졌다.

 이 같은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거나 업계가 마케팅을 못해서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근본원료, 바로 바이오(생물학) 자체에 있다. 바이오 연구 결과는 예측하기 쉽지 않으며, 현상은 일반화될 수 없다. 다른 과학 분야 결과가 가치 및 수익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받는 점과는 크게 구별된다. 생물학은 예측을 뛰어넘는 엄청난 복잡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이오연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연구 방법론이 가설에 기반을 두고 이를 증명하는 방식인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가설반복과 실험증명은 바이오 조직의 복잡성으로 인해 여러 부문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복잡성은 수많은 이론을 양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 하나의 유전자에 신약개발 가설을 세우는 것은 체스경기에서 수만개의 수를 미리 읽고 계획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성공한 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실패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영상기술 및 정보기술(IT)에 주목하고 있다. IT를 활용해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 복잡한 질병현상을 파악해 신약후보물질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즉 과학연구에서 중요한 관점 중 하나인 관찰로 회귀한 것이다.

 뉴턴에서 플레밍에 이르기까지 과학계는 가설과 실험증명 이전에 항상 실제 현상을 관찰해왔다. 과학에서 다루는 조직이 복잡할수록 관찰의 필요성은 커진다. 관찰은 곰팡이의 항생 효과를 보는 것만큼 쉽거나 분명하지 않다. 과학기술은 의학계의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했다. 형광단백질 융합기술과 현미경의 진보로 복잡한 조직을 분자 수준에서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IT 발전으로 살아 있는 복잡한 바이오 조직을 체계적으로 수량화할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 발전은 바이오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과학기술 발전은 복잡성을 감소시키고, 추측의 필요성을 줄였다. 연구자들은 복잡한 조직의 관찰사실을 설명하기위해 귀납적인 연구방식으로 되돌아가게 됐고, 신약개발과 기초연구를 강화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파스퇴르연구소 예를 들면 BT에 IT를 접목하는 방식을 거쳐 전 임상단계로 진입하는 에이즈(HIV) 신약후보를 다른 연구자들의 평균 연구개발 기간보다 훨씬 짧은 18개월 만에 발견했다. 가설을 증명하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나는 세포와 병원균의 작용을 그대로 관찰해 가장 효과적인 표적화합물을 발견한 결과다.

 IT 기반의 관찰은 신약 개발 가능성을 빨리 확인해준다. 가설설정 및 추측보다는 귀납적이고 논리적인 증명방법을 사용해 신약개발 방법론을 재건했기 때문이다.

 IT 기반 BT R&D시스템은 의학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이오 연구가 응용화 및 상용화로 나아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IT다. 바이오연구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으며 뛰어난 IT 역량을 지닌 한국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가능성이 큰 국가로 남아 있다. 복제의약품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 제약업계는 앞선 IT로 신약개발의 폭넓은 선택 기회를 갖고 있다.  울프 네바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nehrbass@ip-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