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IT 부문을 그린화하고 IT를 산업에 융합하는 등 2013년까지 이 분야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그린 IT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그린 IT 제품·서비스의 생산·활용·기반 구축 등 전 주기를 연계한 범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발맞춰 기술 개발 및 시장 개척에 매진해 온 중소기업인에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 사업체 수의 99%, 고용의 88%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주체인 중소기업이 관련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더욱 실질적인 정책·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서 녹색기술에 투자하듯이 중소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서도 탁상정책이 아닌 현장 중심의 그린 비즈니스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번 ‘그린 IT 국가전략’을 추진할 때 시장 경쟁력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국가 차원의 더욱 명확한 그린제도가 필요하다. 또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 및 제품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시장 개척 토대가 될 수 있는 장이 요구된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은 시장을 키우고 수익을 기술 개발에 재투자해 경쟁력을 갖게 하는 선순환 구조의 실현이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그동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및 건전한 공정거래를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일정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공공분야 IT 프로젝트 대부분을 수주하고 실제로 수행하는 대기업이 저가 경쟁구도로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공정 거래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프로젝트 수주 환경을 보면 대기업 참여 하한제로 인해 40억원 미만의 IT프로젝트에 대형 IT서비스업체의 참여를 제한하는 형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보화전략수립(ISP)사업, 시범사업, 불가피한 사유 등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대형 IT서비스업체가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의 검증된 신기술을 구매할 때 분리발주방식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국가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해 제품의 공정한 단가를 보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을 강조해 왔다. 중소기업이 건전하게 사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IT 국가전략’의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개방과 공유’를 키워드로 하는 웹2.0의 가치를 교훈 삼아, 그린 IT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열린 비즈니스 정책·제도를 속도감 있게 개선·흡수해 비즈니스2.0 시대가 하루 빨리 도래해야 중소기업의 고충도 점차 해결되고 국가도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프로젝트 발주 과정에서 담당자가 예산을 줄였다고 칭찬받는 일을 흔히 보곤 한다. 지자체 및 국가가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제는 예산절감이 아닌 경쟁력 있는 신기술 및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정부사업에 많이 참여 시키는 담당자들이 높이 평가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국민 삶을 향상하는 데 더 주력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경쟁력을 가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배희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나루티앤티 대표/h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