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체계적인 나노기술 육성전략이 필요한 때다

[ET단상] 체계적인 나노기술 육성전략이 필요한 때다

 개인 맞춤형 치료약, 개인용 에너지 생성장치, 암 세포 하나까지 검출할 수 있는 의료기기, 초고성능 필터를 이용한 바닷물 담수화 등. 미국의 소셜테크놀로지스가 2025년까지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 12가지 중요기술이다.

 이 꿈의 기술은 나노 기술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지금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나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인류의 나노 영역 진입은 우리 시대를 ‘전(前) 나노시대’ ‘후(後) 나노시대’로 나눠야 할지 모를 만큼 그 파급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인공지능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즉 나노기술에 기반을 둔 나노전자소자 개발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불치병 치료법을 제시하고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 열쇠로 기대되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도 나노기술과 융합함으로써 24시간 내 게놈 분석이 가능하다.

 나노발전기로 작동하는 인공 나노나무의 잎이 바람에 흔들리거나 움츠러들 때마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가지와 잔가지는 태양 에너지를 포집한다.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응용한 인공나무의 전기를 이용, 이산화탄소의 메탄가스화가 가능하고 또 물에서 수소를 추출해 수소 연료전지를 자동 충전해내는 휴대형에너지 시스템도 구축된다. 지구 온난화의 원흉인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귀중한 자원인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나노기술 관련 논문(SCI) 수에서 세계 4위, 신장률은 28.5%로 세계 최고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프런티어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다학제적 집단연구를 수행, 나노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대등한 기술경쟁을 벌이게 됐다. 우리나라가 톱다운 기술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바텀업 기술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국가 나노 연구개발(R&D)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기초·원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10년은 나노기술이 능동소자에서 나노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변곡점에 접어들면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중차대한 시기다.

 경쟁국가들은 이에 대비한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3월 나노전자소자와 나노기술과 직접 관련된 5개 분야를 포함한 최첨단 8개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통해 과학·기술 블록을 형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나아가 개별적으로 연구하면 세계 경쟁에 뒤떨어질 것을 우려, 미국과 일본은 각각의 노하우를 제휴해 연구를 진행할 나노기술연구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과 행복을 위해 확실한 해결책으로 부상하며 각국이 앞다투어 체계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나노기술 분야는 아직 많은 기회가 열려 있어 선점이 가능한 분야가 많다. 관련지식과 도구의 개발로 향후 정보혁명보다 더 큰 산업혁명들을 몇 차례 연속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 거기에 새로운 벤처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려 있고 수많은 벤처가 창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연구개발 능력도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동안 꾸준히 나노분야에 투자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게 앞으로도 꾸준히 체계적인 나노기술 육성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 jwlee@nano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