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여진이 계속된 2009년 상반기. IT 소비자들의 관심은 어디로 향했을까.
인기상품은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구매의 잣대다. 그래서 기업은 신성장동력으로 또는 신수종사업으로 탄생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 특색 있는 제품을 내놓고 전력투구하지만 시장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린다.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지 못하면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올 상반기 인기상품 속에는 ‘그린·터치·가치’라는 세 가지 DNA가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감염시켰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2009 상반기 인기상품’ 속에는 고객의 욕구와 변화에 능동적으로 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DNA가 골고루 퍼져 소비심리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대를 앞서는 기술로써 소비자를 더욱 만족시켰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한 LCD TV는 TV 진화의 정점에서 새로운 종을 예고한 LED TV로 재탄생했다. 창의적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기에 터치폰은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으며 성능과 가격은 기본이면서 수준 높은 디자인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인 다수 제품이 포함됐다.
◇고정관념을 깼다=삼성전자 LED TV와 LG전자 2세대 휘센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먼저 상상했다는 것이다. ‘TV 신데렐라’ LED TV는 액정 뒤에 빛을 내는 광원을 탑재해 색 표현력을 크게 높였다. LCD TV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여성들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무게와 두께를 현저하게 줄여 ‘TV는 무거운 가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2세대 휘센 역시 잠잘 때 뇌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최적의 온도를 유지했다.
고객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재빠르게 파악해 대응한 점도 인기상품의 특징 중 하나다. ‘비비디 바비디부’. 광고카피 하나 바꿨을 뿐인데 SK텔레콤의 친근한 광고송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의 힘을 선사했다. 기술 지향을 넘어 긍정의 생활가치를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는 카피로 소비자 마음 속을 파고든 KT의 ‘쿡’은 재치 있는 광고로 KTF 결합상품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 카피는 올해 상반기 최고 인기 화제어로 꼽히는 영광을 얻었다.
인터넷은 생활의 진화를 알렸다. 유학생에게 편리한 국제 영상통화가 가능한 인터넷전화를 비롯, 와이브로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로 유쾌한 드라이브를 제공했다. 또 가정 내 장애PC를 원격에서 진단하는 보안솔루션이나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을 비교하며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비교 사이트도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았다.
◇만지자 가치가 높아졌다=터치는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터치폰은 국내 젊은층으로부터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는 지난해 ‘만져라 반응하리라’에서 ‘마음껏 만져라’ ‘검지를 세워라’라는 카피로 재탄생했다. 디지털복합기 역시 터치방식 컬러 LCD 창을 채택해 가독성과 편의성을 높였으며 내비게이션은 터치를 넘어 음성으로 작동하는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시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유발시키는 제품도 있다. LG전자 보보스 PDP TV는 출시 2개월 만에 판매량이 1만3000대를 넘어 상반기 최고 인기상품으로 부상했으며 대우일렉도 액체세제 자동투입 장치를 내장한 드럼세탁기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노트북PC 가운데 넷북은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객가치를 높여 새롭게 왕좌에 오른 상품도 있다. 내비게이션, 자동차, 정수기, 음식물처리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홈쇼핑 대박 상품으로 고객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소비자 마음 속에 있는 욕구에 부합하는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프린터는 PC 판매 번들상품 외에 B2B 부문으로 많이 팔리면서 최고 히트작을 만들어냈으며 10만원 안팎의 최신 디지털복합기 역시 ‘덤’ 판매로 고객의 구입문의가 줄을 이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적극 반영,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한 GS홈쇼핑이나 전자전문점으로 국내 전자유통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한 하이마트 역시 유통 전문기업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북적였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