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개성공단 존속, 3차 회담에서 불씨 살려야

[통일포럼] 개성공단 존속, 3차 회담에서 불씨 살려야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출발한 개성공단 사업이 6년 만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개성공단에 적용됐던 기존 법규와 계약 무효를 선언한 데 이어, 6·11 개성 2차 실무접촉에서 황당한 요구를 해왔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월 임금을 현재 75달러보다 4배가량 많은 300달러 수준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연간 5% 한도에서 조정하기로 한 임금 인상률도 최고 20%까지 높인다고 했다. 1단계 용지 330만㎡ 임대차 계약에 따라 이미 계산이 끝난 토지 임차료도 들고 나왔다. 무려 31배나 인상한 5억달러를 추가로 내놓으라고 했다. 2015년부터 부과하기로 한 토지 사용료를 내년부터 매년 평당 5∼10달러씩 내라는 것이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조치와 한미 정상회담 내용 핑계로 북한이 또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모를 일이다. 각종 세금 혜택을 철회, 토지 임차기간을 단축하고, 공단을 자기들이 운영하겠다고 나올 판이다. 입주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서 일부 업체만 남고 나머지는 나가라고 엄포를 놓을 수도 있다. 철수하는 기업에는 북측 근로자 생활보조금 지급 요구와 설비 반출 금지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이번 3차 회담이 개성공단 존폐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 북한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한 가닥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직 개성공단 불씨는 남아 있다. 남북 당국은 개성공단을 살려야 한다는 각오로 협상에 나서기 바란다.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 남북 상생의 경협모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우선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절실하다. 북측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걸핏하면 개성공단에 으름장을 놓아선 안 된다.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간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압박수단이 아니라 진정성과 성의를 갖고 논의하는 자세로 바꿔야 한다. 북은 경제논리에 따라 타협 가능한 수정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근로자 신변안전은 조건 없이 보장하는 게 마땅하다. 기업활동과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바이어의 자유로운 현장 방문도 보장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살리는 것은 2012년 강성대국 문패를 달겠다는 북한의 계획 달성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은 삼가하고,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개성공단 개선 노력에 ‘말’보다 ‘행동’을 보여줄 때다. 개성공단 문제는 남북관계 경색에서 불거진 것이다. 6·15 및 10·4 선언에서 합의된 경협분야만큼은 실행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인도적 지원 재개로 북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인건비 인상은 최저임금 상한선은 지키되 노동규정에 명시된 근로자 장려금과 상금 지급 등으로 성과를 배분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북의 적극적인 협조로 기업 이윤 발생이 전제가 돼야 한다. 토지 임차료는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추진 시 변화된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는 선에서 접점을 찾는 것도 좋다. 개성공단 2단계 사업과 기숙사 건설 등을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도 적극 제안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옛말이 있듯이 개성공단 사태의 원만한 해결은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남과 북, 그리고 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면 한반도에도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