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환경 시대 `고효율`은 필수 조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컴퓨터와 프린터·복사기 등의 에너지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한 ‘에너지 스타’ 기준에 합의했다. 이 기준은 7월 1일부터 법제화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나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려 했던 기업들은 당장 현 모델보다 에너지 효율을 14% 높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새 기준을 따라야 할 제품은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태블릿·복사기·프린터·스캐너·팩스 등 정보기기며 서버나 스토리지·비디오게임으로 확대 적용된다.

 당장 7월부터 새 기준에 따라야 하는 기업들은 부담이 커지겠지만 고효율화 정책 추세는 새삼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며, 미국이나 일본·EU 등 선진국은 관련 규제를 강화해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 초 연방정부의 에너지 효율인증 프로그램인 ‘에너지스타’를 획득하지 못한 평판TV는 유통할 수 없도록 전자유통 의무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일본도 톱러너 프로그램으로 자국 그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EU는 에너지효율설계(EuP) 등으로 환경기준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전기를 많이 먹는 저효율 백색가전에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도 시간문제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측에선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힘들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감내해야 한다. 전자제품을 대하는 소비자의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소비자도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이나 성능·디자인만 보는 게 아니다. 얼마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지, 친환경제품인지를 먼저 보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는 강하다. 소비자의 친환경 녹색소비는 때로 기업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광범위한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