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기업의 1차적인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닌 생존 그 자체가 될 만큼 절박한 경영환경이 됐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 제조업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동차 산업을 호령하던 디트로이트의 빅3마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고 빅3 중 일부는 경쟁 업체에 인수되는 등 생존을 위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이처럼 모든 기업이 생존을 위한 저마다의 전략과 노력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쉽게 목격되는 것이 인력감축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리먼브러더스 등 월가의 금융회사에서 박스 한 가득 짐을 챙겨 나오는 퇴직자들의 행렬을 담은 외신사진들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며 경제위기의 서막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인력감축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은 물론이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도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건설적이지 못한 내부 경쟁에 더 신경 쓰게 되거나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의 폐해가 조직 전반에 만연하게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체 조직의 사기와 성과몰입도가 현격히 저하될 수 있는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위기가 우려에서 현실로 바뀐 지난 2008년 11월, LG그룹 최고 경영진은 인위적 감원 조치를 지양하며 오히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인력감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LG 그룹의 ‘거꾸로 행보’에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LG그룹은 2009년 당초 계획보다 1000명이 늘어난 6000여명의 신규 채용을 추진하고 있고,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러한 최고 경영진의 의지는 일회성 전시를 위한 발언이 아니라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믿고 이를 실천하는 LG그룹의 ‘인간 존중의 경영’ 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인화’라는 큰 틀 속에서 높아진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LG전자가 최근 업계 최초로 출시한 LED 백라이트 LCD TV는 영상 본연의 색을 가장 선명하고 밝게 구현하기 위해 화면 전체에 LED를 설치하는 직하방식과 240㎐ 응답속도 기술을 탑재한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 할 수 있으며, 감원 등의 조치로 내부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였더라면 이같이 많은 인력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긍정적 마인드와 상호 신뢰하는 조직 분위기에 기인한 성과들은 재무제표나 실적발표에 그 가치를 수치로 측정해 반영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성과몰입도나 직무만족도가 기업의 실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일선 현장에 있으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충만했던 LG전자는 괄목할 만한 1분기 경영실적을 달성해 국내외의 많은 투자자와 언론에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도 했다.
경영 위기를 넘기 위해 새로운 경영기법과 업무방식을 도입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함께 이겨 낼 수 있다’는 조직 전체에 고루 퍼진 긍정적 마인드다. 아직도 불확실한 세계 경제 흐름 속에 수많은 난관과 도전 요인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긍정의 힘이 충만한 조직이라면 넘지 못할 위기는 없다고 믿는다.
강신익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 sikang@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