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포브스지는 지난 30년간 일상생활에 극적인 변화를 몰고온 30개 혁신적 발명품을 선정했다. 1위부터 4위는 인터넷, PC, 휴대폰, e메일이 뽑혔다. 마이크로 프로세서(7위), 광섬유(8위), 오피스 소프트웨어(9위) 등에서 보듯 나머지 품목도 IT와 관련된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마도 당대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 30대 혁신발명품의 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동 영역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거나 세계 일등제품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아파트 공화국이자 교육몰입국가인 우리나라는 가장 혁신적인 21세기형 경제사회모델을 적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PC와 휴대단말을 자유자재로 주무르고, 인터넷을 또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여기면서 자라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한발 앞선 선구적인 삶의 방식을 설계, 적용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한국발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IT혁신선도국가 ‘슈퍼 IT 코리아’ 전략이 우리의 저력을 마음껏 발휘되는 한국형 선진일류국가전략이 아닐까.
반만년 역사상 오늘날처럼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를 동네마당처럼 누비면서 첨단 서비스를 이토록 당당하게 주무르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디지털 활용문명은 대한민국이 세계 허브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국운융성의 리더십으로 연결하는지다.
1980년대 미국은 당시 베트남 신드롬에 빨려들어 미국 쇠퇴론이 설득력 있게 부상한 적이 있었다. 금융위기로 큰 상처를 입은 지금의 상황과 흡사했다. 1990년대에 이러한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은 IT 혁명이었다. 그 배후에는 인터넷 기반기술의 민간개방을 들 수 있다.
주지하듯 인터넷은 냉전시대의 산물로서 펜타곤의 알파넷(ARPANet)이라는 중앙제어 컴퓨터 시스템에서 유래한다. 동 인프라와 패킷교환의 만남은 개별 컴퓨터 자원을 하나로 연결하고 이는 엄청난 이노베이션을 몰고 왔다.
때맞춰 당시의 클린턴 정권은 ‘정보고속도로’ 정책으로 흐름을 가속화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신산업이 생겨나고 이곳을 진앙지로 인터넷 활용모델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 결과 세계적 IT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미국은 확고부동한 패권국가 재구축에 성공했다.
오바마 민주당 정권의 그린 뉴딜(GN)로 미국은 다시 한번 세계시스템 재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재생 가능한 소형분산전원의 네트워크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친환경 자동차의 세계화, 스마트그리드(기본 전력망의 디지털화)에 의한 에너지 인터넷 혁명, 양방향 브로드밴드 정비 등이 엮어내는 패권모델의 재창출이다.
역사적으로 혁신적 기술문명의 최선봉에는 발전지향국가의 종합전략과 지식의 통합엔지니어링이 작동한다. 영국의 디지털 브리튼, 프랑스의 디지털 뉴메릭, 일본의 포스트 IT신개혁전략 등 선진국들의 재빠른 디지털 파워 전환전략은 미국의 글로벌 GN 전략의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미래국가전략 좌표도 인류가 일궈낸 위대한 걸작품의 추동력과 선진국들의 지능형 국가재창조전략, 그리고 우리의 IT 강국의 저력이 만나는 삼각축에서 설정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 의료, 환경 등 국가기간시스템의 디지털화와 상호운용성 확보, 기술확보와 인재양성, 과감한 제도 개혁 등으로 21세기형 구조혁신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연동시키는 국가지도자의 담대한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하원규 ETRI 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