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전체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과학기술인연금에 가입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KIST에 이어 한국기계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조만간 가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출연연 전반에 연금가입 분위기가 확산되는 듯하다. 과학기술인연금에 가입한 기관 내부에서는 평가가 좋은 편이다. 가입 대상 직원 85%가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KIST도 91%가 가입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인연금은 현행 법정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고, 퇴직연금과 더불어 정부가 마련하는 기금에서 발생하는 과학기술발전장려금이 추가로 지원되는 연금제도다. 정부는 그동안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두었고, 올해부터 향후 5년에 걸쳐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기술료 수입 중 1000억원을 추가해 총 2000억원의 과학기술인발전장려금 재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50대 초반인 내 세대의 기대수명은 최소 80세라고 한다.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노후 대책을 세우지 못한 때가 많다. 노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고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을 많다.
노후 대책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금 가입이다. 사학연금이나 공무원 연금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실 출연연 연구원의 연금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연연 연구원들에게는 교수와 같은 연금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연구 인력이 대학으로 이직함으로써 출연연 연구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출연연 연구원으로 구성된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에서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의 핵심과제로 연금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출연연 기관장은 물론이고, 출연연 소속원들이 국회와 정부에 틈 날 때마다 과학기술인연금제도 도입을 강조해왔다.
과학기술인연금 수혜자가 될 한 사람으로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어려운 국가경제 상황에서도 연금 제도가 실시될 수 있도록 준비한 정부의 결단과 국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아직 과학기술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관이 많다. 출연연 중 현재 가입한 기관은 KIST·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기초기술연구회·산업기술연구회·국가수리과학연구소·나노종합펩센터뿐이다. 연금에 가입하려면 기관별로 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직원 동의 등 퇴직급여제도 변경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출연연 소속원들이 과학기술연금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혜택을 꼼꼼히 살펴 출연연 내부에서 연금가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과학기술인연금 가입이 늘어날 수록 소속종사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성한 기금 2000억원 운용수익으로 과학기술발전장려금이 추가로 지원되는만큼 기존의 퇴직금 제도보다 분명 유리하다. 그리고 퇴직연금은 퇴직 후 일정한 금액을 매월 수령하게 해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받던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정년퇴직 후 자식들을 위해 사용하거나 운영 미숙으로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을 순식간에 탕진하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이들을 종종 봤다. 과학기술계연금은 이 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노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에 전념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출연연도 과학기술인연금 가입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연구원들이 염원해 왔던 과학기술인연금 정착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
안종석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장 jsahn@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