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동안 옥션·이니시스 등을 비롯한 CEO의 경험과 앞으로의 경영전망 등을 조망한 책을 한 권 펴냈다. ‘고수는 확신으로 승부한다’는 책이다. 이 시대의 경영고수들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전략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여기서 경영의 고수란 기존의 질서와 프로세스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하는 이노베이션, 즉 혁신의 문제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 성장을 계속 해나가는 크리에이션, 즉 창조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특히 CEO가 중점을 두어야 할 창조 영역에서 최근의 추세로 눈여겨보아야 할 분야가 ‘융합(convergence)’이다. 즉 기존기술에다가 다른 업체의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원천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러한 융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08년 무역의 날에 올해의 무역인 상을 받은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는 생분해성 봉합원사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중국 상하이1대학이 가지고 있는 체세포 배양기술을 접목해 생분해성 섬유지지대로 배양된 인공피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 중국에 합작 공장을 설립했다. 이러한 융합은 기술과 기술을 결합해 생겨나기도 하지만 콘텐츠를 중심으로 네트워크와 기기가 결합해 서로 윈윈 시장을 무궁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의 앱스토어는 약 5만개의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어서 애플과 콘텐츠 업체를 즐겁게 해주고 있으며 전형적인 시장확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홍천에서 있었던 무선 콘텐츠 포럼에서도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위해 이동통신사, 삼성전자와 같은 기기업체, 포털 콘텐츠 업체 등 모든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면 무한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서로 간 융합에는 그동안의 고질적인 수직적 관계,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통신사와 콘텐츠 등의 이른바 갑을 관계의 인식에서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상생하는 정신으로의 인식 전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제 창조적인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제조업체의 개념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시장 친화적인 기술이고 경쟁자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면 각 기술주체가 대등하게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보안업체와 청소로봇업체가 제휴해 밖에서 외부인이 침입했을 때 로봇에 내장된 인물 감지센서가 외부인에 다가가서 사진을 찍고 이를 즉시 핸드폰기술로 주인에게 전송한다면 보안업체, 로봇제조업체, 이동통신사 모두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기술개발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개발단계부터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술 마켓플레이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시점이다.
단편적인 기술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없고 오케스트라와 같이 각 주체가 자기 기술을 제공하되 아름다운 화음이 나는 이러한 시스템이 대한민국의 산업계에 정착돼 10년 전에 벤처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이 제공됐다면 이제는 콘텐츠와, 세계에서 가장 잘 짜인 제조업의 포트폴리오, 강력한 IT 그리고 각 정부기관의 연구 등이 종합되는 제2의 신성장이 융합을 통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이사·회장 krlee@kogl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