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호 경제 발전의 최대 공신인 IT산업이 위기라는 언급이 잦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 IT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폭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 IT산업의 현 위상은 미래를 보는 혜안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한 기술개발과 적절한 시점에 서비스 산업화를 이룬 민관 노력의 산물이다. 끊임없는 패러다임 진보와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에 익숙한 이에게 최근 IT산업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며, 이것이 위기론의 기저에 깔린 정서다.
IT산업은 전자, 정보통신 등 전후방 산업을 아우르는 요소가 크다. 이러한 산업의 특징에 따라 그간 IT산업은 기술이 선도하고 전후방 산업이 뒤따르는 생태계의 선도주자가 돼왔다. 대부분의 기업은 융합시대 가치창출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IT개발을 추진해왔다.
생태계 내 사업자들은 고객가치 창출역할을 분담하므로 협업과 조율은 필수며, 생태계 내 수익분배 방식은 생태계의 형성과 존속, 수익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방통 융합에 관련된 산업들은 망 인프라를 기반으로 형성된 생태계라는 특이성을 갖는다. 즉, 인프라 보유사업자가 필수설비를 갖고 기술을 선도하며, 규모의 경제를 지닌다는 점에서 생태계 선도자가 된다. 생태계 선도자는 기술, 경제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기타 사업자들의 자발적 역할 수행을 유도해 생태계 전체 가치를 키우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애플사의 앱스토어는 9개월 만에 10억건의 다운로드를 기록, 급속도로 생태계를 키운 디지털 생태계의 대표 성공사례다.
앱스토어 성공요인은 전 세계 군소 개발자 참여가 용이한 점, 당시 개발자들에게 획기적으로 유리한 수익분배, 초기 개발자들 성공사례의 전파로 강한 수익성을 신호한 점 등에 있다. 이는 애플사가 참여사업자에게 강한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고, 치밀한 사업 포석으로 생태계 리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 통신사들도 앞다투어 앱스토어 사업을 시작해 개발자 수익성 개선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고려될 수 있던 전략이라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상용화된 국내 무선 인터넷 시장은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정착됐다. 폐쇄적 구조는 개발자 조달상 규모의 경제를 어렵게 했고,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대다수 개발자가 낮은 수익성을 호소했다.
특히 무선 인터넷 창출 수익 중 콘텐츠 자체의 수익은 개발자에게 분배되나 콘텐츠 소비에 수반되는 데이터 통신료는 분배되지 않는 관행을 놓고 꾸준히 이의가 제기됐다. 콘텐츠 소비를 위한 데이터 통신이 유발한 망 유지 비용은 미비하며, 콘텐츠 소비로 인한 데이터 통신 수익은 콘텐츠가 있기에 발생한 것임을 고려하면 분배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무선 인터넷 생태계의 선도자로서 ‘함께 창출한 가치는 함께 공유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어 전략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조치로 참여개발자 수가 늘어난다면 킬러 앱의 등장 확률 또한 높아지고, 국제경쟁력 제고와 사업자 수익성 증진, 무엇보다 소비자 가치창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잠재력을 가진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생태계 선도자들이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적 조치의 일환으로 군소 개발자들과 함께 창출한 가치를 공유하는 포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오정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jo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