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용 안정과 M&A

[현장에서] 고용 안정과 M&A

 코스닥이 활성화되던 시점에 벤처기업 열기가 대단했다. 젊은 도전자는 ‘남다른 성공’을 꿈꾸며 테헤란으로, 구로 디지털단지로 몰려들었다. 혈기와 비전 하나로 창업에 나선 벤처기업가는 야전침대와 씨름하며 꿈을 불태웠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공하면 똑같이 배부르자’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젊은 직원들을 독려했다.

 오랜 고생과 도전 끝에 건전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도 많지만 그중에는 처음 약속과는 달리 회사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 증권시장에 상장하자마자 회사를 팔고 떠나버리는, 이른바 ‘먹튀’를 감행한 사람도 많았다. 애초에 기업가 정신을 기대할 수 없었던 대표적인 모럴 헤저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지만 문제는 그를 믿고서 성공했을 때 비전을 희망삼아 뛰었던 직원들이다. 그들은 졸지에 회사 주력 사업부에서 주인 바뀐 회사의 변방 사업부로 전락해 이직을 전전해야 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임직원 고용안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업가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인데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지금 산업계에서 일어나는 M&A도 마찬가지다. 시너지 확대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머니 게임에 치중하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흑자를 기록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던 회사가 엉뚱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매출 증대와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쏟아야 할 노력과 자금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쏟아 붓게 되고, 하루가 멀게 법정을 오가게 되면서 한순간에 회사가 휘청거리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생존권이 걸린 직장을 잃게 되는 근로자들이다.

 정부와 언론은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당하지 않은 M&A 소모전은 실정법상의 절차와 합법·불법의 시시비비 이전에 수많은 가장(家長)의 생계 위협을 막아주는 정서적 차원의 보다 신속한 절차와 조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보기 탑피알 수석 컨설턴트 pr@topp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