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청와대가 관여해 오던 부처 실무 간부급 인사를 장관에게 임명한 것은 국정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실사(實事)를 추구하는 대통령의 의중이 장관급 정무직에 심어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적절한 권한이양은 업무의 효율과 정확한 판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다.
하지만 부처 산하기관장의 평가까지 해당부처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산하기관 평가는 전년도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장관의 임기가 1년여 남짓한 상황에서 이전 퇴임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노릇이다. 꼭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는 장관직의 최소 2년간 영속성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장관직의 영속성을 보장한다는 얘기는 정권 어젠다를 확실히 심는다는 의미에서 반길 만하지만 정무직의 특성상 변수를 고려해볼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수요가 있으나 사업적 특성상 만간기업이 경영하기 어려운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 주 임무다.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해 보지만 국민의 생활과 편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을 하는 것이 공공기관이고, 공기업이다. 경영평가라는 잣대로 들이댈 땐 결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의 경영평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공공기관·공기업을 평가한다면 경영평가라는 잣대보다는 운영실체들의 도덕성 평가, 업무 충실도를 점검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부조리가 발생한 기관이나 기관장의 문책은 가능하지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이익구조를 살피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