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은 불안하다. 길게 설명하고 체크하고 결과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지난한 과정이 답답하다. 게다가 맡겨놓았더니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결과가 형편없는 때도 있다. 후배가 생각만큼 능력도 없고 노력도 안 했을 때는 가슴에 불이 난다. 리더가 했으면 10분 만에 끝낼 일을 열흘을 붙잡고 있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위임은 리스크를 동반한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임은 필요불가결하다. 아무리 다 해내고 싶어도 혼자 다는 못한다.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후배의 도움을 받아야 더 잘할 수 있고 더 빨리 할 수 있다. 위임해야 후배도 배우고 발전하고 키워진다. 위임하지 않는 것은 후배를 키워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또, 물품을 구입하고 우표를 붙이기엔 당신의 월급이 너무 아깝다. 리더 또한 위임해야 새로운 업무를 맡아 발전할 수 있다.
위임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만큼 어떻게 위임할 것인지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리더가 일을 줄 때 ‘떠넘기기’와 ‘위임’을 제대로 분간해야 한다. ‘떠넘기기’는 자신이 바빠서 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 설명도 없이 일을 주는 것이다. 일만 주고 권한은 안 주면서 책임도 안 지는 수법이다. 반면에 ‘위임’은 부하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부하가 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과 깊이, 완성도를 요구하고,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맡겨 두되 내버려 두지는 않고 잔소리나 의심이나 감시보다는 후배가 하는 일을 지원하고 격려한다. 일도 버거운데 책임까지 맡으라면 부하에겐 위임이 형벌이다. 결과의 책임은 리더가 져야 부하가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그것이 리더의 딜레마고 리더의 고뇌다. 위임을 하고 책임을 지자. 그래야 리더 스스로 더 넓게 보고 더 중요한 일을 찾고 더 핵심에 근접한 일을 할 틈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