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노키아가 차세대 모바일 기기 공동 개발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 그 배경과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10년 전부터 모바일용 칩 시장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인텔은 노키아와의 협력으로 PC에 이어 모바일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구체화했다.
◇인텔, 휴대기기 시장까지 접수한다=특히 인텔은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지만 매출의 90%를 PC에 의존하는 구도를 깨기 위해 모바일 칩 시장을 노려왔다.
연간 전세계적으로 수억대 가량이 팔리는 PC에 머물지 않고 10억대 이상 판매되는 휴대폰과 다양한 차세대 무선 기기용 칩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이미 10년전인 1999년 DSP커뮤니케이션을 16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무선통신기술 시장에 발을 담갔다. 2006년 폴 오텔리니 CEO는 모바일 기기용 칩 분야에만 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2011년까지는 기존 스마트폰용 칩보다 훨씬 크기를 줄인 소형 반도체를 내놓는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노키아와의 이번 제휴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텔이 노키아의 3세대 모뎀 등 무선통신 기술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이번 계약으로 인텔이 노키아의 휴대폰 칩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보탰다고 전했다.
◇2∼3년내 합작품 출시(?)=이번 협력에 대해 카이 오이스타모 노키아 부사장은 “전혀 새로운(entire new) 영역의 기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애널리스트들은 2년 내에 신제품이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잭 골드 J.골드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는 “노키아와 인텔이 공동 개발한 인텔 아톰칩 기반 제품이 2010년 중순경 출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텔이 올초 LG전자와 휴대인터넷기기인 ‘MID’ 플랫폼인 ‘무어스타운’ 기반의 신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이스타모 노키아 부사장은 “MID 외에 다양한 기기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텔은 현재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기능의 휴대 기기를 내놓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애플이 아이폰으로 초보 단계의 통신 시장 지형을 바꿔놨듯이 인텔도 그에 버금가는 시도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갈 길 먼 인텔=하지만 인텔의 꿈이 실현되기에는 좀더 시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이번 제휴로 노키아에 칩을 공급해온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를 견제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으나 역부족이라는 시선이 더 많다.
휴대폰칩 시장을 장악해온 퀄컴·TI는 영국 반도체 기업인 ARM의 디자인을 라이선싱해 칩을 개발한다. ARM칩은 인텔 아톰칩에 비해 크기나 전력 효율이 4분의 1수준이라는 평가다.
빌 데이빗슨 퀄컴 글로벌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오랜 기간 인텔을 지켜본 결과 모바일 칩 시장 진출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배터리 수명을 비롯한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인텔은 99년 DSP를 인수한 뒤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지난 2006년 휴대폰 칩 생산업체인 마블테크놀로지에 6억달러를 받고 팔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