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개월 전 비밀리에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의 철저한 비밀주의 기업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또 잡스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잡스의 간 이식 수술을 계기로 비밀주의에 집착하는 애플 기업문화에 관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애플처럼 비밀을 지키거나 정보 통제에 관한 회사의 규정을 위반한 직원들을 징벌하는 것이 심한 회사는 드물다. 잡스의 간 이식 수술 사례만 보더라도 잡스의 건강 상태에 관한 언론과 투자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애플 관계자들은 잡스가 이달 말 복귀할 것이라는 점 외에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잡스가 이미 회사에 출근해 일하고 있다고 그를 본 사람들은 말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그가 완전히 복귀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애플의 비밀주의는 외부와 소통하는 전략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문화 그 자체다.
최고의 보안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엄청난 보안검색문을 지난 뒤 출입증을 긁고도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고, 사무실에서는 통상 보안카메라에 의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직 직원들은 말한다.
애플은 또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직원들은 해고하고 때로는 상품 계획에 관해 직원들에게 잘못된 역정보를 흘리고 나서 이 내용이 나온 언론 보도의 취재원을 추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언론과 주주, 대중과의 소통을 철저히 제한하는 애플의 방침은 블로그나 트위터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주주와 고객에게 더 개방적이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퍼 제프레이의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애플은 총체적인 블랙박스”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이 지난주 잡스가 테네시주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월스트리트의 보도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도 수술 사실 자체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어 이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실리콘밸리 지역 언론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23일 애플이 잡스의 건강 문제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아 투자자는 물론 애플을 사랑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큐리뉴스 칼럼니스트 크리스 오브라이언은 이날 “지난 1년간 잡스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애플의 비공개 방침은 모든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애플이 잡스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공개하지 못한 데 대해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나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잡스의 수술을 담당했던 미국 테네시주 병원 측은 잡스가 간질환 말기 환자였으나, 간 완전이식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고 밝혔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메서디스트 대학병원 이식연구소는 이날 웹사이트 뉴스룸에 올린 게시문을 통해 “의사이자 이식연구소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제임스 이슨이 환자(스티브 잡스)의 동의 하에 간 이식수술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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