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만화] 곽백수 작가/윤승운 화백의 ’두심이 표류기’

[내 인생의 만화] 곽백수 작가/윤승운 화백의 ’두심이 표류기’

 “어릴 때는 그냥 ‘재미있는 만화네’ 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생각이 나고 기억에 남기에 대단한 만화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지요.”

 코믹만화 ‘트라우마’의 곽백수 작가는 윤승운 화백의 작품이라면 다 좋다며 고민하다 ‘두심이 표류기’를 인생의 만화로 꼽았다.

 글자를 배우면서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는 곽 작가는 두심이 표류기를 “어린 시절 본 수천, 수만편의 만화 중 지금도 찾게 되는 만화”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하니까 부모님이 ‘어깨동무’를 사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부록에 있던 윤승운·허영만·신문수 선생님 만화를 다 봤고, 만화방에 다니면서는 일본 해적판까지 안 읽은 게 없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만화가 유일무이한 아이들의 놀이였던 시절. 만화를 안 보는 친구도 있었지만 곽백수 작가는 만화를 정말 좋아했다고 했다.

 그가 느낀 만화의 매력은 재미있고,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는 모험, 상상력과 꿈을 섭취하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두심이 표류기에 그려진 갖가지 모험은 ‘어린 시절의 정신 세계를 지배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매료시켰다.

 “아프리카에 가서 표류하는 이야기가 신기했어요. 뗏목을 타고 아프리카에 가는 것과 같이 비현실적인 내용도 많았지만 어렸을 때는 정말 홀딱 빠져서 봤습니다.”

 1년 전쯤 불현듯 이 작품이 보고 싶어져 다시 사서 봤다는 곽백수 작가. 그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느낌이 달랐다”며 “하지만 30년 전에 그려진 만화라고 해도 우리 아이들이 보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익숙하고 재미있어서 좋아했는데 지금 와서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명랑만화라는 장르는 외국에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토록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윤 화백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곽백수 작가는 “선생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분에게는 순수함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렇게 하면 인기를 끌지 않겠나 계산하지 않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그리신 것 같아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꿈꾸고 상상한 부분을 보면 정말 순수하신 분입니다.”

 윤승운 화백이 “작품을 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게 나오지 않아)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자 곽 작가는 “그런 치열함이 있기에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셨을 것”이라고 응대했다.

 엽기코드를 강조한 곽백수 작가의 ‘트라우마’를 보면 윤승운 화백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그 역시 “직접 영향을 받거나 작품에 반영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윤 선생님의 작품이 감수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곽백수 작가는 만화가가 된 후 윤 화백에게서 받은 사인을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왜 하필 윤승운 화백이냐고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같은 작가라고 해도 질투 같은 것은 느낄 수가 없지요. 세대도 다르거니와 그 분은 저에게 신격화된 작가거든요.”

 ◆곽백수 작가는?

 1972년 서울 출생. 흔히 짐작하듯 ‘곽백수(百洙)’란 이름은 필명이 아니라 본명이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후 말년에 보초를 서다가 밤하늘을 보면서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그는 1998년 단편 ‘투맨코미디-외계인편’으로 데뷔했다. 2003년부터 ‘스포츠서울’에 연재를 시작한 ‘트라우마’는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작품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엽기코드에 녹여내고 있다. 대표작 ‘트라우마’의 새로운 시리즈가 8월 신규 오픈하는 한 웹사이트에서 연재된다.

◆두심이 표류기는?

 1970년대 명랑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 윤승운 화백의 작품이다. 소년한국일보에 2년가량 ‘한심이 표류기’란 제목으로 연재됐다가 이후 문고판으로 발행되면서 ‘두심이 표류기’로 제목이 바뀌었다. 말성꾸러기 두심이와 친구 꼴찌, 꼴방이가 뗏목을 타고 세계일주를 떠나다가 아프리카에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