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에서 ‘가상화(virtualization)’는 이미 낯선 기술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골드만삭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IT 수요자들이 가장 구매하기 원하는 항목이 가상화로 지난 12분기 동안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IT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가 선정한 2009년도 10대 IT 전략 기술에서도 가상화는 1위에 선정됐으며 그 가운데에서 스토리지 가상화와 데스크톱 가상화가 각각 1위와 4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서버 가상화에 이어 스토리지 및 데스크톱 가상화가 앞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또 가상화는 최근 새로운 IT 전략으로 미국 등에서 각광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도 필수 핵심기술로 인식되고 있어 바야흐로 가상화가 IT의 새로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매김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가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단순성이다. 이는 복잡한 컴퓨팅 환경을 단순화된 가상환경으로 보여줌으로써 사용자가 복잡한 IT를 습득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IT 자원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복잡한 우주선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같다. 가상화를 이용한 이러한 단순성의 실현은 운용인력 및 비용의 절감과 IT 운용 효율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둘째는 효율성이다. 인프라 하단의 IT 리소스들을 가상화함으로써 모든 리소스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3000cc급 대형차의 성능이 필요할 때 1000cc급의 소형차 3대의 여유분으로 3000cc급의 대형차로 가상화가 가능하다. 즉, 대형차를 추가로 구입하지 않고도 사용자들은 대형차를 구매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렇듯 가상화는 기존 IT 자원의 재배치 및 활용으로써 적은 투자로도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효율적인 IT 투자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첩성이다. 가상화의 단순성 및 효율성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복잡한 구조는 빠른 대응이 어렵다. 또 비효율적인 구조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른 유연하고도 신속한 대응을 힘들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화는 실시간 비즈니스를 돕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상화는 현재 미국의 500인 이상 기업 중 약 75%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서버 가상화는 매년 두 배 이상의 시장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알려진 바로는 250개 이상의 업체가 가상화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정부통합전산센터나 KT와 같은 대규모 전산수요자들이 스토리지 가상화를 도입,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 IT 자원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서 가상화가 갖는 효과와 장점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가상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뿐 아니라 다양화·고도화하는 고객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경영전략과 체제의 정비에 골몰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IT 전략은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으며 날로 심화되는 정보화 환경에 비추어 볼 때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어떠한 변화에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상화 기술 도입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성·효율성 그리고 민첩성을 장점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가상화는 우리 기업들의 효율적인 IT 구축에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류필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이사/pkryou@hy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