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세계` 과학의 국제화 시급"

 “인류 역사상 가장 긴밀히 연결된 시대를 맞아 한 국가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위협에 대처할 국제적 과학연구가 시급해졌다.”

 올 5월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사무총장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저명한 한 과학자 간에 긴밀한 대화가 오고 갔다. 주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연구에 모아졌다. 정례적으로 반 총장에게 ’과학브리핑’을 담당하게 될 이 과학자는 오스트리아 빈 소재 국제과학연구기구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원(IIASA) 원장으로 올 1월 취임한 데트로프 폰 빈터펠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

28일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박찬모)에 따르면 빈터펠트 원장은 지난 26일 통합 학술재단으로 공식 출범한 한국연구재단 주최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외국 석학들 중 가장 바쁜 일정을 보냈다.

빈터펠트 원장은 이번 방한 기간 하루에 청와대를 두 번이나 각각 방문해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과 별도 회담을 가졌다고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 담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빈터펠트 원장의 ’청와대 두 번 방문’은 그간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한 IIASA의 국제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2007년 노벨상의 경우에도 IIASA가 공동 수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노벨평화상은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공동으로 수상했는데, 1990년 이후 IIASA 소속 과학자 20명 이상이 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 어느 연구진보다 더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IIASA의 성과에 대해 빈터펠트 원장은 연합뉴스와 단독 회견에서 “놀랄 일이 아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여러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전공하는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국제적이고도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토록 하는 게 IIASA의 접근법”이라며 “이를 통해 IIASA 과학자들은 경험을 잘 쌓아 영토와 학문 경계를 넘어서는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전문 지식을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빈터펠트 원장은 이번 한국연구재단 심포지엄에서 ’변화하는 세계를 위한 연구, 다음 10년을 위한 IIASA의 전략’이란 발표 자료를 통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2070년 전세계 야간점등’ 사진은 국내총생산(GDP)과 에너지 사용량 등 사회경제활동 지표들을 기반으로 위성을 이용해 전세계 야간점등의 범위와 강도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특히 ’세계화 차(車)경주’란 제목의 슬라이드는 근년들어 주목받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GDP 규모 면에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 주요 6개국(G6) 경제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전망했다.

이 연구를 보면, 중국이 미국 경제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2040∼2045년이면 전체적으로 브릭스 국가들이 G6 경제를 따라 잡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IIASA에 작년 초 가입했다. 이로써 지난 72년 출범한 IIASA 참가국은 17개국으로 늘어났다. 2002년 가입한 중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참여가 눈에 띈다고 빈터펠트 원장은 전했다.

IIASA 활동 초기에는 동서냉전 시대 과학자들 간 협력이 중요했다면, 1990년대 이후 20년간은 지구변화가 핵심적인 IIASA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빈터펠트 원장은 “2011년 이후 10년간은 지구의 단순한 변화(change)를 넘어선 ’변환ㆍ과도기(transition)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에너지 부족과 연계된 기후변화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연구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