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카스퍼스키랩, LG전자에 백신 공급

러 카스퍼스키랩, LG전자에 백신 공급

 러시아 다국적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과 LG전자가 손을 잡는다.

 카스퍼스키랩은 하지만 올해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국내 1위 포털업체인 NHN과 결별을 시사했다.

 유진 카스퍼스키 카스퍼스키랩 대표는 지난 26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의 다양한 디바이스(device)에 카스퍼스키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포괄계약(global contract)을 추진 중”이라며 “첫 단추로 최근 LG전자 이탈리아 법인에서 출시되는 LG의 PC에 카스퍼스키랩 제품을 탑재하는 방안과 관련해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LG전자 PC에 번들형태로 공급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PC는 물론 스마트폰 등 우리가 솔루션을 공급하는 LG 디바이스의 범위를 차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스퍼스키랩은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B2B(기업-기업) 비중을 높여 ‘인텔 인사이드’와 유사한 형태로 자사의 브랜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유럽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카스퍼스키랩과 협력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보다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스퍼스키랩은 전 세계 백신시장에서는 4위권이지만, 유럽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2위 보안업체인 미국의 맥아피와 이 같은 방식으로 협력 중이다.

 카스퍼스키랩은 하지만 NHN에 자사의 백신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이 올해 완료되는 것과 관련, 재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NHN은 현재 자사의 무료백신 서비스인 ‘PC그린’에 카스퍼스키랩 엔진을 쓰고 있다. 카스퍼스키랩코리아 관계자는 “NHN과의 협력으로 별다른 실익이 없어 재계약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진 카스퍼스키 대표는 “무료 백신 정책은 프로모션(promotion)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기본적으로 한국지사의 의견을 존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보르브니크(크로아티아)=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인터뷰> 유진 카스퍼스키

 “파트너는 돈 찍는 기계(money machine)가 아니라 가족(family)입니다.”

 시만텍과 맥아피로 대표되는 미국 보안업체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선봉에 서 있는 유진 카스퍼스키 카스퍼스키랩 사장(45)은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파트너 전략에 있다고 밝혔다. 목표치 달성여부로 협력업체를 줄 세우는 여타 다국적 업체와는 차별화하겠다는 것.

 그는 “2007년보다 18% 성장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3억7000만달러(5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는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쳐 성장률은 낮지만 역시 두 자리수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등 국내 백신업체들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한국시장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스퍼스키 사장은 “한국 시장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등 우수한 IT인프라는 역으로 다양한 악성 공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작지만 효율적인(small but effective) 시장이라, 카스퍼스키에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1위 업체인 시만텍과는 시장 점유율 차이가 크다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현재의 위치를 조금도 과장할 생각이 없다”며 “백신은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10년 후에는 1위 백신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