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MP3파일의 디지털저작권보호장치(DRM) 해제 움직임이 대세를 형성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의미있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시장 변화가 주목된다.
DRM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MP3파일에 삽입된 코드로, 디지털 음악 시장의 성장에 적잖은 역할을 했지만 업체별로 호환이 불가능한 탓에 이용자들이 구입한 파일을 정해진 기기와 서비스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등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LG텔레콤은 최근 출시된 LG전자 휴대전화 ’아레나’에 대해 DRM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KT와 LG텔레콤 아레나 사용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MP3 파일을 아무 제한없이 아레나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이통사 음악포털에서 DRM이 적용된 음악파일을 구입하거나 자신의 파일을 DRM 규격에 따라 일일이 변환시켜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에서 DRM이 해제된 것은 최근 수 년 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레나는 LG전자의 하반기 전략폰으로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등 상당한 판매고가 기대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이통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2개 업체가 동일한 모델에 대해 DRM을 해제한 것 역시 처음으로 향후 업계 전반의 DMR 관련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이통 3사가 음악포털에서 DRM을 해제한 것과 함께 디지털음원시장의 본격적인 판도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이통 3사는 지난해 8월 각각의 음악포털인 ’멜론’과 ’도시락’, ’뮤직온’을 통해 기기 및 사용제한이 없는 등 DRM이 해제된 파일을 판매하는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결정은 지난해 3월 음원저작권 신탁관리 3단체가 DRM 없는 음원의 서비스 규정 등 내용을 포함해 제시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선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볼 때 음원저작권 단체 역시 휴대전화에서의 DRM 해제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 및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음원저작권 단체 내부에서도 국내 디지털음원시장이 수 년째 1천300억원 규모에서 정체된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는 이미 휴대전화에서의 DRM 해제에 대해 저작권 단체와의 물밑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DRM이 적용된 파일 임대형 서비스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DRM 해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DRM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고 시장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저작권 보호라는 중요한 목표와 함께 소비자 편익 증진, 시장 성장 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업계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