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정례 라디오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서 임기 내에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민 사이에서 논쟁이 된 대운하 관련 공약을 철수하며 4대 강 살리기에 국가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운하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대운하 논쟁은 지난 2007년 대선 때부터 국민을 찬반논쟁으로 끌어들여 극심한 국론 분열을 만든 의제였다. 이미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했던 대통령 측근이 대거 낙마하면서 종말이 예상됐다.
대운하 포기선언은 ‘이명박 스타일’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차례 쇠고기 파동, 촛불정국 때와는 달리 여론을 읽고 일방적 독주를 하지 않겠다는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라디오연설에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화두로 내세우며, 그간 적대시해온 인터넷과의 대화에도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종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여론의 지지가 필요했으며, 이 같은 행보는 국민 여론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여론 수렴 태도는 일단 긍정적이다. 이전 정부의 유물로 외면했던 온라인과 대화에 나섰으며, IT 부문에 대해 CEO의 주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IT특보 신설을 결정했다. 외형상으로는 분명 우호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을 현 지지도 하락을 반전할 민심 카드로만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시적 지지율 반등 카드가 아닌 진심으로 민심을 읽어야 하며, 그 속에서 국가 중장기 정책을 밀고 나갈 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좌파나 우파, 반대파나 지지세력이 없다. 대통령 앞에선 반대목소리도 또 하나의 소중한 정책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