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한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지원에관한법률(이하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손질한다. 법 시행 후 2년이 경과한만큼 그간 급변한 국내외 산업 환경에 맞춰 국가 핵심기술의 범위와 타당성을 재점검하기 위해서다. 특히, LCD·반도체 등 법 제정의 단초가 됐던 첨단 양산 기술 이전의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 관련 산업 환경에 적지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30일 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지난 2007년 4월 시행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지정한 7개 분야 40개 핵심기술이 여전히 유효한지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전기전자·자동차·철강·조선·원자력·정보통신·우주 등 7개 분야의 업종별 협·단체를 거쳐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현행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 보유 기업은 해외 매각·합작·기술이전 등을 추진할 때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국가 산업을 보호하려는 취지도 있지만 첨단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려 할 때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가 핵심 기술 지정 및 해제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담당한다. 분야별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기전자·정보통신·산업기계·정밀화학·생명공학 5개 전문위원회가 위원회 산하로 구성됐다. 정부 관계자는 “법 제정 후 2년이 흐른만큼 빠르게 변화한 시장과 산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더 이상 국가 핵심기술이 아닌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업종별 협·단체들로부터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국가 핵심기술 지정 범위의 타당성은 물론이고 법 개정의 필요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거쳐 하반기 일부 손질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선 정부의 핵심기술 지정 재검토 방향에 따라 다시 한번 뜨거운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이동통신 분야는 중국 등 해외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국내 양산 후 2년이 경과한 TFT LCD 패널의 전공정 기술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완화 의견을 지경부에 최근 제출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미 지난해 D램 공정 기술은 80나노에서 70나노로, 낸드 기술은 70나노에서 60나노로 각각 해외 기술 이전을 완화한 바 있다. 나아가 하이닉스는 지난해 대만 프로모스에 54나노급 D램 공정기술을 이전할 당시에 정부 승인을 받았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소자 기업이 메모리 공정 기술력에서 크게 앞선만큼 해외로 이전해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반도체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50나노급까지 기술 유출 규제에서 제외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법 시행 2년 환경 변화 맞춰 타당성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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