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 요금제

이동통신업체들이 저마다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요금제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스마트폰 블랙베리 볼드를 개인 소비자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일반 풀 브라우징폰에 비해 데이터 통화 요금 부담이 큰 형편이다.

개인 소비자가 블랙베리 볼드를 통해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조사인 림(RIM)이 제공하는 월 1만4천원의 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데다 데이터 통화를 위한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이 경우 가입 가능한 데이터 통화 요금제는 월 1만원에 30MB 용량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퍼펙트’ 요금제, ’넷 1000’(월 2만3천500원), ’넷 2000’(월 4만1천500원) 등 3가지다.

데이터퍼펙트가 제공하는 30MB 용량은 일반 휴대전화 기준으로 90회 상당의 뉴스 검색이 가능한 수준으로, 실제 웹 환경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용량이다.

넷 1000과 넷 2000 역시 용량이 각각 1GB와 2GB로 제한돼 있으며 이를 넘을 시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블랙베리 볼드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는 가입 가능한 무제한 정액제 ’데이터세이프’(월 2만6천원)는 쓸 수 없다. 결국 스마트폰이 이메일을 제외하면 풀 브라우징이 가능한 일반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 활용도가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음에도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만 하는 셈이다.

KT도 스마트폰 관련 요금제가 부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KT는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로 ’아이플러그 베이직’(월 2만2천원)과 ’아이플러그 스페셜’(월 3만7천원)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용량을 각각 2GB와 4GB로 제한하고 있으며 초과 용량에 대해서는 패킷 방식으로 과금한다.

역시 월 2만6천원에 무제한 데이터 통화가 가능한 요금인 ’범국민데이터요금제’는 스마트폰 사용자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스마트폰에 무제한 데이터 정액제를 적용할 경우 데이터 통화 매출이 줄어들고 네트워크 과부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또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및 무선 인터넷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와이브로 및 와이파이 등 다른 네트워크와의 연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SK텔레콤 및 KT 관계자는 “기술 방식상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무선 인터넷의 트래픽 부담이 큰 탓에 무제한 정액제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소비자 패턴을 고려해 요금제를 설계해 사용자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한 용량 이상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패킷당 요금의 95% 상당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추가 부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