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이른바 ‘네트게 폐인(ネトゲ 廢人)’이 늘어나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낮과 밤이 역전된 생활을 계속한 나머지 퇴학이나 퇴사, 이혼에 이르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까지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도쿄의 한 남성 회사원(24)은 중학교 3학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매일 10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게임 때문에 밤을 새는 날이 잦아지면서 학습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2년 만에 중퇴했고, 그후에도 게임을 계속해왔다.
“쉬지 않고 72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을 한 적도 있어요. 게임은 혼자해도 즐겁고, 인터넷에서 사귄 친구들과 그룹을 지어 팀플레이를 재밌거든요. 한달에 3만엔(약 39만원) 정도를 게임하는 데 썼어요.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게임에 미쳐 살았는지 몰라요.”
일본온라인게임협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급성장한 인터넷 게임이 일본에 확산된 것은 2002년께다. 이 협회 회원사 21곳 중 4분의 1은 한국계 회사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일본 내 온라인 게임 이용자 수는 약 5905만명으로 늘어났고, 시장규모도 1121억엔(약 1조47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종래의 콘솔형 게임과 다른 것은 온라인의 특성을 살려 게임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들과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 2때부터 고1까지 ‘라그나로크온라인’을 하루에 11시간씩 해왔다는 18세 남학생은 게임 도중 생면부지의 여러 명과 나눴던 채팅의 경험을 학창시절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남녀 게이머가 인터넷 상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10월 홋카이도 경찰은 43세 피아노 여강사를 부정액세스 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당시 그 여성은 ‘메이 맥박 보수주의자’란 게임에서 만나 사이버 결혼식을 올린 33세 남자 회사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이혼 통보를 받자 남성의 ID와 패스워드 사용해 남성의 캐릭터를 삭제하는 일을 저질렀다. 10대 후반∼30대 초반이던 게이머 연령층도 최근에는 초등학생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게임 이용료는 기본요금이 없고, 아이템이나 아바타 등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과금이 되는 방식이 주류다. 게임에 몰두한 나머지 부모의 신용카드로 고액의 서비스 아이템을 구입하는 아이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인터넷 게임을 해온 사이타마현의 17세 청년은 부모의 이혼을 계기로 게임에 빠져들었다. 부모한 이혼한 직후 웹서핑 중에 게임광고를 클릭해 본 것이 게임중독의 발단이 됐다. 그는 “그 후 게임은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화돼 그만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네트게 폐인’이란 책을 출간한 논픽션 작가 아시자키 씨는 “온전한 가정이라면 부모가 아이의 게임을 통제할 수 있지만 결손가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며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상당수는 결손가정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