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1000억 수혈 받은 `엘피다` 경영책임 누가지나?

 일본 메모리 제조 전문업체 엘피다메모리가 일본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300억엔을 지원받았다.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1일 공적자금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이지만 엘피다메모리의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소재를 묻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이유로 들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기업 회생이 가능할 지에 대한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엘피다메모리에 대한 이번 지원은 정부가 손실의 80%를 책임지는 조건으로, 일본정책투자은행이 300억엔(약 394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주거래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도 1000억엔의 협조융조에 나설 계획이다.

 엘피다메모리와 제휴관계인 대만의 타이완메모리(TMC)도 200억엔 가량 지원할 계획이어서 엘피다메모리가 긴급수혈받게 될 자금은 1600억엔(약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엘피다메모리는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향후 3년간 사업재건 계획에는 제조원가를 20% 삭감하고, 고용인력은 지금의 3089명보다 135명 늘리는 조건을 내걸었다.

 니카이 도시히로 경제산업상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민간기업에 국비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정부도 중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건 실패시 엘피다메모리에 물을 수 있는 책임은 거의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기업의 경영책임도,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추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번 정부투자은행의 출자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지지 않는 우선주에 의한 것이므로 엘피다메모리에 경영진을 파견할 권한이 없다. 과거 2003년 설립돼 다이에의 경영재건에 개입한 산업재생기구가 출자 조건으로 경영진의 퇴진과 함께 주요인력을 파견,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문은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융자에 의한 기업 지원은 구미국가에서도 실시되고 있지만 정부가 포괄적인 자본확충에까지 직간접적으로 나서는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