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일 한 게임업체를 격려 방문했다. 유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구로동에 있는 게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를 찾아 이 회사의 비정규직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일정에 없던 행사를 이날 오전부터 부랴부랴 만드느라 문화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게임산업 주무부처 장관을 맞이해야 하는 위메이드 직원들도 진땀을 흘렸다.
일정이 세 번이나 바뀐 끝에 이뤄진 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위메이드 비정규직 직원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알렸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위메이드 직원의 상당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회사는 비정규직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사업장이다. 전체 임직원 402명 중 비정규직은 49명으로 10%가 조금 넘는다. 주로 고객지원센터에 근무한다.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 산업의 특성상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대우 격차가 크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법 제정 이전부터 활발했다.
결국 유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수많은 사업장을 나 몰라라 하고 가장 평화로운 업종을 찾아 정부 정책을 홍보한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기다. 노동부 장관도 아닌 문화부 장관이 비정규직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더욱이 비정규직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사업장에서 간담회를 급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무위원의 한 사람인 장관으로서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은 당연한 임무다. 하지만 문화부 장관에게 이 정책 홍보 말고도 시급히 처리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문화체육관광노동부 장관이 아닌 이상 유 장관은 차라리 이날 게임 업계에 작더라도 구체적인 지원책이라도 내놓는 편이 좋을 듯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