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투자 확대·요금 인하 독려 배경과 전망

방통위, 투자 확대·요금 인하 독려 배경과 전망

 방송통신위원회가 1일 통신사업자에게 투자를 독려하고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및 IPTV 활성화 등을 거듭 요청한 것은 투자와 가계 통신비용 절감 등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 생활 안정을 선도해야 할 통신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비생산적인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정부가 ‘중도’를 지향하며 서민 챙기기에 나선 것도 요금 인하를 주요 의제로 삼은 배경이라는 해석도 있다.

 통신사업자 CEO들이 방통위 요청에 호응하면서 당분간 과열경쟁을 자제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합의가 현장에서도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시된다.

일각에선 통신사업자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해온 정책 기조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방통위의 통신사업자 “투자 이행·저렴한 상품 출시” 압박=최시중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통신사업자의 투자는 활발하지 않은데 과열 마케팅 경쟁은 가파르게 진행된다”며 통신사업자 CEO를 강하게 압박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당초 계획한 투자액의 56.1%를 상반기(1∼6월)에 우선 집행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80% 수준에 그쳤다. 반면에 5월과 6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119만8000여건과 125만여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업자의 결합상품 및 저소득층 요금 감면 등으로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전제했지만 이동통신 요금 인하와 관련해 사업자의 더욱 적극적 노력을 주문했다. 방통위는 △소량 이용자를 위한 선불제 활성화 △중량·다량 이용자를 위한 결합상품 △저렴한 무선데이터 상품 △단말기 보조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을 인하한 상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말 보조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 인하 상품과 관련,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이미 일본에선 지난해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시행하는 것으로, 이용자가 원할 때에 단말기 보조금 대신에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골자”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하반기 통신사업자의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말 1개에 평균 3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 등 과열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이를 투자와 서비스 품질 경쟁에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방통위와 6개 통신사업자가 당초 예정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고 과열 마케팅 경쟁 자제를 합의했지만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방통위와 CEO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효과적으로 전달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CEO들은 현장과의 괴리감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이날 합의가 구두일 뿐 문서화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수차례 사업자 간 자정 결의에도 불구하고 유아무야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방통위는 ‘당근’과 ‘채찍’을 준비 중임을 내비쳤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CEO들이 과열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으니, 방통위도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인지 연구하겠다”며 “잘하는 곳에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곳에 벌을 주는 명확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 CEO들은 방통위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IPTV의 기대치를 당분간 낮춰달라는 요청이 제기되는가 하면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마케팅 경쟁을 주도하면 후발사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비대칭 규제를 해야 한다는 후발사업자들의 주장도 있었다.

  심규호·김원배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