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또 나섰다. 통신업계에 설비투자를 독려하고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1일 통신업계 주요 CEO들과 조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 화두를 던졌다.
방통위는 구체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과열마케팅을 자제하고 이를 설비투자로 돌리고, 요금 인하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통신사들도 과열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하고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을 인하한 상품 개발, 소량 이용자를 위한 선불요금제 활성화, 저렴한 무선데이터 요금 상품 개발 등을 거쳐 품질과 서비스로 경쟁하겠다고 화답했다.
만시지탄이 없지 않다. 그동안 통신업계는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상 적극적인 투자와 가계 통신비용 절감 등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 생활 안정을 선도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비생산적인 경쟁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투자는 당초 계획한 것과 비교해 80% 수준에 머물렀으며, 요금 인하 수준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마케팅은 반대로 지난 5월과 6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가 119만8000여건과 125만여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했을 정도로 과열됐다.
방통위와 6개 주요 통신사업자가 당초 예정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고 과열 마케팅 경쟁 자제를 합의했지만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방통위와 CEO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CEO들은 현장과의 괴리감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이날 합의가 구두일 뿐 문서화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설비투자·요금 인하 타령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통신업계의 설비투자 이행과 실행력 담보는 또다시 방통위와 사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