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109)가족대하기-부부사이

 결혼하면 판단력이 떨어지는 거고 이혼하면 인내력이 떨어지는 거고 재혼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거란다. 결혼 10년이 넘어가면 서로 소 닭 보듯이 하는 게 당연하고 생사 정도만 확인하면 된다는 부부도 많다. 미혼자들이 듣기에는 참 싸늘하고 냉소적인 소감들뿐인데도 결혼은 꾸역꾸역한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이치인가.

 늘 ‘애인 같은 아내’를 꿈꾸지만 ‘아내 같은 애인’만 늘어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은 너무도 괴리가 크다. 상대는 연예인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나는 매니저처럼 험상궂다. 상대에게 조인성 수준을 원하면서 나는 김태희 수준을 맞추지 못한다. 상대는 남과 비교하면서 자기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딜레마가 부부싸움을 잉태한다.

결혼은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결혼할 때 배우자에게 가장 좋았던 점이 이혼을 고심할 때 가장 결정적 이유가 된다. 애착이 집착이 되고 알다가도 모를 애증의 관계로 고단해진다. 그토록 사무쳤던 사랑은 간 데 없고 이제는 분노만 달려든다. 나긋나긋한 연인 사이가 지긋지긋한 부부 사이로 퇴색되고 나면 정말 그 끝은 후회뿐일까. 가솔린이 다 떨어진 자동차처럼 쿨럭거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오로지 자녀들을 어쩌지 못해서만일까.

 “자식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외피를 살짝 벗겨보면 그 속에 “함께 산 세월만큼 깊어진 사랑”이 숨어 있다. 덮어두고 포기하고 기다리면서 발효된 사랑은 곰삭으면 엉기고 이상한 냄새도 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몸에 좋은 균을 만들어낸다. 우유는 금방 상하지만 요구르트는 금방 상하지 않는다. 결혼에 대한 회의에 빠지지 말고 부부를 위해 회의를 하자.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가정만큼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결심도 함께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