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오는 23일 개정된 저작권 시행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인터넷 업로드가 사실상 완전금지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한 애미메이션 기업이 자사 저작물의 인터넷 게재를 허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카도카와그룹은 자사 애니메이션을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제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이 같은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카도카와그룹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럭키☆스타’ 등으로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전문업체다.
신문은 이번 카도카와그룹의 애니메이션 인터넷 게재 허용 결정은 인터넷을 신인 작가 발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인터넷 게재 및 공유를 허용하는 건 아니다. 인터넷에 업로드하려면 회사가 정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출판사나 제작사, 방송사 등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동영상 공유를 막기 위해 무단 게재 동영상을 찾아낸 후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위법 동영상의 대부분은 원작 전체가 인터넷에 올라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네티즌이 원작을 가공하거나 편집한 동영상도 있다.
카도카와그룹은 음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 같은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양지로 끌어내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공유장소도 동영상 투고 사이트인 유튜브로 한정했다.
회사는 동영상 검색툴을 사용해 위법 동영상을 확인한 후 해당 네티즌에게 메일을 보내 동영상을 자발적으로 삭제하거나 저작권의 처리를 회사에 맡기고 공인을 받도록 권유한다. 네티즌이 자발적 삭제가 아닌 공인 방식을 선택하면 회사는 원작작가 등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저작물의 공개를 허용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단 네티즌의 답변이 없거나 삭제 조치에 응하지 않고 저작권 처리도 맡기기 않는 경우에는 유튜브에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한다.
공인된 동영상 페이지엔 카도카와그룹의 공인마크와 광고가 함께 따라 붙는다. 액세스 수에 따라 얻어지는 광고수입은 유튜브로부터 카도카와그룹과 원작자, 네티즌(원작 그대로가 아닌 네티즌이 원작을 가공하거나 편집했을 경우) 등에게 배분된다.
카도카와그룹에 따르면 최근까지 회사로부터 공인받은 동영상은 약 1만6000건에 달한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관련 투고가 가장 많고, 원작을 변형해 네티즌이 스토리보드를 다시 꾸민 후 네티즌이 직접 그린 장면을 삽입해 패러디한 동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공인 동영상엔 자사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맞춰 네티즌이 춤추는 동영상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회사 측은 “유튜브엔 기존 저작물을 근간으로 뛰어난 기술과 감성을 가미한 동영상이 수시로 올라온다”며 “저작권법을 들이대 무조건적으로 단속하기보다는 미래의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장소로 인터넷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티즌과의 공조를 통해 회사가 얻는 광고수입은 때에 따라서 월 1000만엔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카도카와그룹은 이를 새로운 사업모델로 확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