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지난 5월 28에 개최됐다. 지식경제부는 본개정안을 동일자로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본개정 법률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제10조 ‘엔지니어링기술의 개발’부문이 문제다. 엔지니어링 기술이라 함은 이 법률 제2조 2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15개 분야(기계부문, 선박부문, 항공우주부문, 금속부문, 전기전자부문, 통신정보처리부문, 화학부문, 섬유부문, 광업자원부문, 건설부문, 환경부문, 농림부문, 해양수산부문, 산업관리부문, 응용이학부문)의 93개 전문분야 기술로 규정한다. 대부분의 산업기술을 망라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방대한 전 산업분야를 1개 부처에서 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각 부문의 연구개발은 분야별로 특화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민간기업은 자체 연구소를 통해 이뤄진다. 엔지니어링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연구부문을 포괄적으로 묶다보니 실제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1개 정부부처에서 모든 분야의 기술개발을 총괄관리하겠다는 것은 기술의 전문성, 방대한 기술개발예산의 확보, 수많은 전문연구소의 운영 등 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 세계적 수준의 산업기술개발 흐름에도 역행한다.
둘째, 제12조 ‘엔지니어링기술 표준화’ 조항이다. 기술표준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 표준을 1개 부처에서 관리하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법안에서 93개에 이르는 전문분야 기술 표준을 1개 부처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분야 기술표준은 전문성을 갖춰야만 정할 수 있다. 그동안 해당 부처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표준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표준만 정하는 게 아니라 해당부처 공무원과 전문가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제 표준으로 확산시키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1개 부처에서 표준문제를 통합 관리한다는 것은 전문화,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셋째, 제13조 ‘전문인력의 양성’ 조항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첨단과학기술시대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1개 기관에서 양성한다는 내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분야 전문인력은 부처별로 전문인력 양성기관 및 센터를 설립해 필요한 예산과 노하우를 확보,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술분야별로 요구하는 인력이 다르고,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개 부처에서 총괄 양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기술분야별로 전담부처가 특성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이 보다 타당성 있다.
넷째, 제32조 ‘엔지니어링기술자의 신고’는 실행하기가 어려운 조항이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분야만 보면 정보통신기술사, 정보통신기술자, 정보통신감리원, 정보통신기사, 정보통신산업기사, 정보통신기능사 등을 합치면 약 30만명에 이른다. 93개 기술전문분야의 산업기술 전문가(엔지니어링기술자)를 모두 합치면 수백만명이 넘는다. 수많은 인력을 한곳에서 모아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술분야별로 전담부처가 중심이 돼 기술자를 관리하는 현재의 방법이 기술의 첨단화, 기술의 전문화, 기술자의 특성화관리라는 측면에서 적정한 방법일 것이다.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술의 특성, 전문화, 표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조직을 통합한다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입법예고된 법률안의 문제점을 재고하기 바란다.
이정욱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장 leewook@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