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장품 납품차 대기업 구매담당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혹시 마스카라도 만드세요’라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마스카라 제조회사’라고 소개했더니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진행해 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최근 대전에서 개최된 대·중소기업 구매상담회에 참가했던 어느 중소기업 대표가 한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판로처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구매상담회에 참여했고 뜻밖에 좋은 성과를 기대하게 됐다며 수차례 감사의 악수를 청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유례없는 경제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고용은 불안하고 당연히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으면서 위기의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은 IMF 위기를 겪으면서 체질개선이 됐다지만 물건을 팔아야 자금회전이 가능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애로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자금과 판로가 어렵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자금이라는 것은 물건을 팔아야 생기는 것이니 결국 판로확보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중소기업의 약 60%가 직·간접적으로 대기업과 납품관계에 있다.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 상당수가 대형마트나 대기업의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니 실제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판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소기업 간 구매상담의 장은 이러한 의미에서 소통과 기회의 장이다. 정부가 자리만 마련해주면 기업들은 허심탄회하게 비즈니스를 나누고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간다. 한 건 성사될 때마다 시장은 더욱 커지고 덩달아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경쟁력 없는 제품은 도태되고 기술력 있는 제품이 팔려나가면 해외시장에서의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공정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데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블루오션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구매상담회에서 만났던 그 중소기업의 마스카라가 대기업을 거쳐 아름다움을 가꾸어주는 제품으로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의 손에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안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조사연구팀장 anhoc@win-w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