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공공기관이 국산 DBMS 도입 앞장서야

[ET단상] 공공기관이 국산 DBMS 도입 앞장서야

 지난 1일 데이터베이스 업계의 현장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 구로공단에 있는 한 벤처기업을 방문했다. 과거의 굴뚝산업으로 유명한 구로공단이 웅장한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고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이 솟구치는 녹색산업인 벤처단지로 조성돼 활기가 넘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방문한 벤처의 기업인은 지난 10년간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국산화에 앞장서 한국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진취적인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그동안 이 벤처기업을 키워온 경험담을 들었을 때 내 자신은 전율을 느끼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어려웠던 과거보다도 이제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희망을 기대하는 기업가 정신을 느꼈다. 하지만 이 기업인의 이야기 중에는 우리가 귀담아두어야 할 몇 가지가 있어 이를 들어본 사람으로서 한번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기업이 10년 전 선보인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은 외국의 그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진입해 국내 금융 및 주식시장의 거의 대부분에 보급했고 최근에는 국방부에서도 도입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 DB 시장에서 국산 점유율은 70∼8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아직도 외국의 데이터시스템 관리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이 기업은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 등 개발도상국에 IT를 지원하는 사업조차 외국의 기술을 주로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은 홀대받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은 한 번 도입하면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한 번 도입하면 계속 그 기술에 종속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이처럼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외면한다면 국내 벤처기업은 설자리를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국산화에 앞장선 이 벤처기업인을 도전정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 진흥 차원에서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해 도입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기관 중에서 국산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국방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시아에서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선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같은 공공기관의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육성의지를 기반으로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큰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더욱이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의 수출은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하므로 그 지역에 한국의 기술력이 한류상품이 돼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의 IT 지원사업은 반드시 국내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으로 교체돼야 한다.

 한 벤처 기업인과의 만남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 30년간의 공직에 있었던 나로서는 얼마나 현장의 목소리가 절실한지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런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인의 절규를 들어줄 수 있는 소통의 통로가 없었다는 것에 공직자로서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한응수 eungsoohan@kd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