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CEO 보조금 조정 약속했는데···

 7월 초 이동통신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각사 CEO들이 한목소리로 보조금 축소를 약속했지만 적용 시기·축소폭 등에 차이를 보이면서 극명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5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SK텔레콤은 번호이동 가입자를 9155명 유치했다. SKT의 올 상반기 번호이동 가입자가 월 평균 9569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단 하루에 한 달치 실적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KT에서는 5078명이 SKT로 번호이동해 빠져 나갔고 LG텔레콤에서도 4077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이어 2일에는 반대로 KT가 4881명을 번호이동으로 유치하고 SKT와 LGT에서 각각 1678명과 3203명이 해지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난 것은 지난 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재로 6개 기간통신사업자 CEO가 과열 마케팅을 자제하기로 함에 따라 보조금 조정을 했지만 그 시기와 금액이 달랐기 때문이다.

 1일 KT와 LGT가 평균 4만∼10만원 선에서 보조금을 축소한 반면 SKT는 오후 늦게 보조금 정책을 수정했다. 이런 이유로 SKT 쏠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일에는 위협을 느낀 KT가 줄였던 보조금을 다시 소폭 올리면서 KT가 시장을 주도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나타나면서 자칫 통신사 간 합의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두 같이 보조금을 축소하지 않는 이상 극명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업자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한다면 경쟁사들이 그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LG텔레콤 황현식 영업전략실장은 “보조금 경쟁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면서 “제도적인 장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