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첫걸음

[미래포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첫걸음

 소프트웨어(SW)는 하드웨어(HW)의 반대말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HW 또는 인프라 기반(이를 HW로 볼 때)에 대비해 SW를 칭한다. SW는 HW상에서 HW가 자신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의 비용은 치르기 쉬우나 보이지 않는 것의 비용은 산정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런 점이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HW를 사면 그냥 따라오는 기능이나 관리 시스템을 SW로 여기게 된 것 같다.

 다행히 근래에 와서 HW 속의 높아진 SW의 비중, 제품 기능의 중요성, 미래 산업의 메인 핵심으로의 인식 등으로, SW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이들이 문제점을 분석하고 발전을 위한 육성제도·정부지원정책 등 다양한 의견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지원을 실천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다.

 올해 초부터 전자신문에서 연재하고 있는 ‘SW 글로벌 스타를 향해’를 보면 우리의 실상이 참 잘 나타나고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중 내가 의외로 느꼈던 부분은 6월 19일자 ‘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 대상’ 설문의 답이다. 다섯 가지 변화 대상 답 중에 첫 번째 해당 사업주(15%), 두 번째 정부(28%), 세 번째 개발자 본인(9%), 네 번째 발주처(7%) 그리고 마지막 프로젝트비용 산정 현실화(40%)로 발주처의 변화 요구가 의외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직원들을 프로젝트를 위해 파견했던 중소기업주 시각에서 보면 가장 바랐던 부분은 발주처 ‘갑’의 변화다. 같은 업종의 모임에서 속된 말로 ‘병정’놀이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대체로 중소기업은 3차 계약 해당이다. 일차 계약 당사자인 ‘을’이 연합체 군(群)인 ‘병’과 나눠 2차 계약하고, 그들은 다시 실제 개발업체인 ‘정’과 3차 계약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물론 발주처 ‘갑’에서도 ‘병’ 단계 업체가 실제로 개발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부실의 첫 시점이다. 물론 ‘갑’ 시각에서 보면 프로젝트의 사후관리의 책임성 유지, 프로젝트 진행의 용이성, 그리고 계약 부서의 편의성 등으로 크고 견고한 한 업체에 발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머지는 ‘을’이 알아서 처리해 주니까, 그 편안함 이 부르는 현실의 결과는 어떠한가.

 SW 산업이 성장하려면 우리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 자금 확보·독자기술 확보·인재양성·뛰어난 영업력 그리고 시장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객이 한정돼 있는 시스템의 SW 개발업체 쪽에서 보면 위의 모든 항목이 발주처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정부의 보호·지원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발주처의 협력사 배려라고 믿는다. 조금 귀찮아도 일단 프로젝트 발주가 나가게 되면 ‘정’인 업체까지 계약을 해주고 프로젝트 비용 지급도 발주처에서 바로하면 돈을 못 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프로젝트 수행 관리만 ‘을’ 업체가 하도록 하고 그 대가는 약정해 지급하면 된다.

 작은 조직에서도 인재 양성이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데 발주처인 회사가 협력사를 양성할 생각을 하기보다 협력사 길들이기만 잘하고, 잘 키울 생각은 안 한다. 상생이니, 윈윈이니 좋은 말들을 사용하나 행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이러한 점들은 부분 적으로 참 강하지만 통합 시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게 한다. 지속적인 관계만이 힘을 낼 수 있다.

 협력사나, 그 업체 직원을 조금만 배려해도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리워드가 돌아갈지 생각했으면 한다. 단지 하도급업체에 주는 비용을 줄여 자신들의 성과급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의 품질향상을 위해 개발자들의 ‘끼’를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더 좋은 품질의 (누덕누덕 꿰맨 시스템이 아닌)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개발자가 열정과 애정보다 배운 도둑질이기 때문에 일한다면 그 프로젝트 품질이 어떠하겠는가.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에 만족할 것인가.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인간적인 대우로 일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프로젝트의 성사 시, 사업의 성공 시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면 개발자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 ‘갑’이 함께 고통분담을 요구한만큼 함께한 모든 참여 업체에 보상분담도 이루어진다면 개발자가 떠날 이유가 없으며, SW 산업이 인재를 양성하고 대우하는 환경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면 우리나라의 SW 산업도 발전하리라 본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이사 song@mail.ezne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