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티베로에서 티맥스 윈도까지

[ET칼럼] 티베로에서 티맥스 윈도까지

 6년 전 이맘때였다. 티맥스소프트가 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DBMS) 제품인 ‘티베로’를 발표했다. 박대연 회장(당시 KAIST 교수)을 발표회장에서 만났다.

 “확장성이나 안정성에 관한 고객의 요구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오라클의 ‘리얼 애플리케이션 클러스터(RAC)’ 같은 수준으로 올라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나) “복구 및 롤백 기능도 수없이 테스트해 봤습니다. 안정성 문제도 테스트과정에서 검증될 것입니다. 오는 11월 RAC 지원 버전을 내놓을 것입니다.”(박대연)

 박 회장은 오라클을 꺾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클러스터링 기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RAC를 몇 개월 만에 내놓겠다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인터뷰를 끝냈다.

 2008년 11월. 티맥스소프트는 오라클 RAC에 대응하는 ‘티베로 액티브 클러스터(TAC)’를 탑재한 티베로4.0을 선보였다. 박 회장이 2003년 6월 나와 인터뷰하며 공언했던 기능이 구현된 것이다. 비록 5년의 시간이 더 걸렸지만 당시만 해도 작디작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독자 기술로 공유 DB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2009년 7월 7일. 티맥스소프트는 데스크톱 운용체계(OS)인 ‘티맥스 윈도’를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자체 브랜드의 RDBMS와 데스크톱 OS를 모두 가진 회사는 IBM,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티맥스소프트가 아마 세 번째일 것이다. 일정상 행사장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넷방송을 내내 지켜봤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제품 발표회장에서는 고객들이 써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회사가 직접 수행한 시연은 기자간담회와 대중발표회를 합쳐야 수십분에 불과했다. 그나마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제대로 테스트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티맥스 윈도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11월 제품 출시라면, 지금쯤 웬만한 공개 테스트까지 마무리 단계여야 한다. MVP 테스트, 베타 테스트 등을 거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보가 아니라면, 티맥스소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와는 차원이 다른’ 회사가 아니라면, 알파 버전도 안 되는 수준의 기술을 4개월 만에 테스트까지 끝내고 정식 제품으로 출시하겠다는 얘기를 믿기 힘들다.

 티맥스 윈도 발표를 보면서 6년 전 티베로 발표회가 오버랩된 것은 이런 이유였다. 당시 박 회장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 말이 맞았다. 6년여가 지났지만 티베로는 당시 박 회장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란 게 그렇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절대적인 개발력 열세를 극복하고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아니 설사 잘 만들어낸다고 해도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두주자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좋은 OS라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데스크톱 OS는 RDBMS만큼 어려운 분야다. 우스갯소리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출시되면, ‘6개월마다 하드디스크를 포맷할 각오를 하라’고 했다. 이제는 티맥스소프트의 얘기가 될 수 있다. 회사의 기술력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제품 로드맵을 이렇게 쉽게 약조할 일은 아니다.

 티맥스 윈도는 지금까지 티맥스소프트가 성공해온 방정식과 달랐으면 한다. 차라리 좀 더 시간을 두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티맥스소프트는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박서기 전략기획팀장 겸 CIO BIZ+팀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