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PC용 운용체계(OS)인 ‘크롬OS’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OS는 물론 PC시장이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구글이 오픈소스 기반의 크롬OS를 PC제조업체들에게 무료 공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넷북을 필두로 한 PC 시장내 가격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웹 개발자들은 구글의 행보를 환영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철옹성 MS 윈도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PC 가격 전쟁 초읽기=9일 로이터는 구글이 크롬OS를 무상으로 PC제조업체들에게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HP·레노버·에이서·아수스텍 등 다수 PC제조업체와 협력 중이다. 이에 따라 PC 가격 하락이 불보듯 뻔해졌다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평균 300∼400달러 선에 판매되는 넷북 가운데 윈도 XP 몫으로 대당 20∼40달러, 윈도비스타의 경우 대당 최소 150달러를 가져간다.
카우프만브로스의 쇼 우 애널리스트는 “거의 모든 PC 부품 가격이 하락하는 분위기에서도 유일하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OS 가격”이라며 “(구글 크롬OS에 대해) MS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토종 OS ‘티맥스윈도’를 야심차게 선보인 티맥스소프트도 윈도의 3분의 2 수준에서 OS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어서 구글 OS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구글, 전혀 다른 OS 선보인다=구글은 가격 외에도 성능으로 승부를 건다고 거듭 강조해 예상밖의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벤치마크의 브렌트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영향력과 브랜드 인지도까지 갖춘 구글이 OS 시장에서 MS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웹개발자들은 구글이 공식 블로그에서 ‘OS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재고(re-think)하려는 시도’라고 밝힌 점을 주목했다. 웹 사용자들이 PC에 대해 원하는 것은 ‘속도’와 ‘기능성’으로 압축되며 구글이 이를 해결할 OS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윈도보다 가벼워 수 초 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최적화했다는 게 구글 측의 설명이다.
크롬OS가 클라우드 컴퓨팅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글 공식 발표에 앞서 이 소식을 전한 블로그 아스테크니카는 “크롬OS를 통해 사용자들이 구글 독스나 G메일, 구글맵스와 같은 구글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에 한층 쉽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찻잔 속 태풍(?)=구글의 도전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도 적지 않다. 넷북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세를 확대했지만 이는 윈도가 장악한 PC 시장과 달리 다수 업체가 경쟁하는 모바일OS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가트너의 마이크 실버 애널리스트는 “보통 기업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70% 이상이 윈도OS 상에서 구동되는 현실에서 크롬OS가 MS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