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한 IT·소프트웨어(SW) 프로젝트에 대해 개발 주체인 민간이 지식재산권을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이 사안이 채택될 경우 정부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 민간이 기술 응용 뿐 아니라 수출 목적으로 들고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민간에서는 정부 프로젝트를 통한 지재권을 공동 소유를 할 수 없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12일 복수의 정부 및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구로동 서울벤처인큐베이터에서 열린 벤처업계와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 발주 SW 프로젝트의 지식재산권 민관 공동소유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께 자리한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던 사안으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관 매칭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민관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지만 정부 전액 출자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민간에서는 용역비만 받고 모든 지식재산권은 정부에 귀속된다. 이 때문에 민간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시스템 또는 솔루션에 대해 추가적인 노하우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정부도 이 기술을 활용해 수출에 나서지만 실적을 얻는데 한계를 겪어 왔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SW사업 196건 중 정부(발주자)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경우는 87.8%인 172건에 달한 반면, 소유기업에 돌아간 것은 5건으로 전체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19건은 공동소유(8건)이거나 귀속주체가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IT서비스 프로젝트의 경우 지식재산권 문제 등으로 수출하는 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의견을 개진한 강관식 아토정보기술 사장은 “대기업이 지원해 개발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부분 공동소유 형태”라며 “무엇보다 시스템이나 솔루션 수출의 경우 정부보다는 직접 기술을 개발한 민간이 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3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한시적 규제유예’에 대한 현장의 체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측에서는 한 총리, 임채민 차관, 홍석우 중기청장, 박봉규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민간에서는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 강관식 대표 등 9명이 나왔다.
지경부와 기획재정부는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IT·SW 정부 용역시 지식재산권 귀속주체 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 문제를 본격 공론화할 예정이다. 정부가 일단 현 지식재산권 귀속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나선 만큼, 이번에는 변화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호·김준배·장윤정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