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도메인을 EMC에 빼앗기고 분루를 삼킨 넷앱이 다음 행보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데이터도메인 인수로 또 한번의 도약을 꿈꿨던 넷앱이 인수에 실패하면서 고민에 빠진 상황을 전했다.
지난 5월 넷앱이 데이터도메인 인수를 선언했을 때, 넷앱은 공룡업체가 쟁쟁한 스토리지 시장에서 한창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보였다.
HP·IBM 같은 공룡 벤더들은 고객사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소규모 스토리지 업체가 설 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넷앱과 데이터도메인의 결합은 두 가지 이유로 주목받았다. 넷앱은 데이터도메인을 인수해 ‘중복 제거(de-duplication)’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도메인이 독보적으로 개척한 이 기술은 데이터 저장 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새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도 이유다. 넷앱과 데이터도메인의 고객층은 거의 겹쳐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도메인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에게 넷앱의 서버도 팔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제 EMC가 데이터도메인을 집어 삼키며 넷앱은 기존 고객사의 이탈을 우려하는 형국이다.
인수전에 참패한 넷앱은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톰 조젠스 넷앱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넷앱도 자체 중복제거 기술을 갖고 있다며 디스크 저장 방식을 이용하는 넷앱의 핵심 사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수할 만한 다른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 합의를 파기한 대가로 데이터도메인으로부터 5700만달러의 위약금을 받기로 한 만큼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상황을 바꿔 넷앱이 피인수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코·HP·IBM 등 넷앱을 인수할 여력이 되는 업체들은 이미 넷앱과 비슷한 제품군을 갖고 있다.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 인수가가 80억∼90억달러로 점쳐지는 넷앱의 덩치도 부담스럽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알파의 위르겐 우르반스키 연구원은 “넷앱은 언제나 EMC를 따라잡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쉽지 않게 됐다”고 평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