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가전기통신설비(자가망) 구축 시 중앙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의무를 없애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는 자가망 구축 시 직접 신고·관리(과징금·단속 등)하고 구축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지만, 중복 투자는 물론이고 국가 네트워크의 난개발 우려가 증폭됐다.
1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자가전기통신설비설치신고에 관한 사무’ 수행 주체를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각 지방자지단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일정을 공식화되지 않았으나, 방통위는 하반기에 전기통신기본법을 일부 개정해 ‘자가전기통신설비설치신고에 관한 사무’ 권한을 현행 방통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로, 국가 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축을 관장해야 하는 방통위의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이양을 처음 논의했던 지난 참여정부 때에는 자가망이 매우 제한적으로 쓰였지만, 현재 거의 모든 지자체가 업무 영역 확대 등을 위해 경쟁적으로 자가망을 까는 상황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통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행 법체계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원할 때는 방통위에 신고만 하면 자가망을 구축할 수 있다”며 “신고만 하고 자가망을 까는 것 자체도 중복투자 우려가 제기되는 마당에 지자체가 스스로 신고하고 승인하면 국가 네트워크의 관리 체계 자체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각각 자가망을 구축한 뒤, 해당 망의 ‘목적 외 사용’이나 ‘타인 매개’를 요청하면 결과적으로 각각의 지자체가 정보통신망사업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구축한 자가망을 당초 설치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지만, 자가망 규모가 커지면 이왕 구축한 망이니 여러 용도로 사용하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으며, 지금도 일부에서 제기되는 상태”라며 “이렇게 되면 정보통신망사업자가 각 지역에 하나씩 생기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정보통신망 고도화 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지자체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한 지자체 정보화 책임자는 “자가망을 구축하면 초기 비용은 줄일 수 있으나 관리·AS·긴급복구·업그레이드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며 “(신고 접수 업무까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자가망 설치 신고에 관한 사무’의 지자체 이양은 지방분권화 차원에서 지난 정부부터 논의해왔던 것으로, 방통위가 이를 뒤바꿀 명분이 없다”며 “자가망이 제한적으로 쓰이던 당시와, u시티 구축과정에서 지자체 자가망이 급속히 느는 지금 상황과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망 투자 체계화를 위한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